증시 밸류업 정책의 핵심 후속 조치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정책 추진 7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1, 2위 기업과 현대자동차, 신한지주 등 대표 밸류업 기업이 포함됐다. 비에이치, 이수페타시스 등 대표 지수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뉴 페이스’도 발탁됐다. 하지만 배당 대표주로 거론되는 SK텔레콤, KT 등 통신주가 탈락해 눈길을 끌었다.
LX세미콘·경동나비엔 '밸류업 편입' 주목

○2026년부턴 밸류업 공시 기업만 포함

한국거래소가 24일 내놓은 밸류업 지수는 시가총액 등 계량적 지표만 사용하는 코스피200과 달리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다양한 지표를 적용했다.

우선 시총 상위 400위 종목 중에서 최근 2년 연속 적자(2년 합산 손익 적자 포함)가 아닌 기업을 추렸다. 이후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주주환원) △PBR 순위 해당 산업군 내 50% 이내(시장 관심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기업 중에서 ROE가 우수한 순서로 100곳을 선정했다.

대표기업 외에 비에이치 이수페타시스 LX세미콘 경동나비엔 등 코스피200에 없는 12개 기업을 발탁한 게 특징이다.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DB하이텍, 키움증권 등은 밸류업 공시 특례 제도를 통해 포함했다. 반면 배당주로 분류되는 KB금융과 KT, SK텔레콤 등은 예상을 뒤엎고 빠졌다. 이부연 한국거래소 상무는 “공시 미이행 기업에는 페널티를 부여하겠다”며 “2026년 6월 심사부터는 공시한 기업만 밸류업 지수에 담는다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는 과거 시기별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밸류업 지수가 코스피200, KRX300 등 기존 지수에 비해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지수는 오는 30일부터 1초 단위로 산출된다. 올 11월 중에는 이를 기초로 한 선물 상품과 상장지수펀드(ETF)가 거래될 예정이다.

○시장에선 기대 반 우려 반

증권업계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능력과 의지가 있지만 아직 저평가된 기업이 아니라 ‘이미 주주환원을 어느 정도 잘하는 기업’을 뽑는 데만 주력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밸류업 지수 편입 기업의 PBR 기준은 ‘상위 50%’다. PBR 평균은 2.6배로 코스피200(2.0배)보다 높다. 최근 주주환원에 대한 시장 평가가 이미 마무리된 기업들일 가능성이 높다. A운용사 대표는 “5년 연속 꾸준히 배당을 늘린 기업 등 향후 주주환원을 확대할 여지가 있는 기업에 대한 편입이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주가와 지수가 상승할 여력이 커진다”고 말했다.

아직 밸류업 프로그램 공시에 참여한 기업이 12개뿐이라는 것도 문제다.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는 기업이 많아지려면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세제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필수적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국회에서 공방 중인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여부도 관건이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큰손’들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면서 증시 활력 자체가 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국내 증시 체력이 미진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기적으로 (금투세 도입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올 상반기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차익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오히려 밸류업 지수 발표가 밸류업 관련주의 상승을 일단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주가에 긍정적이라기보다 중립적인 이벤트로 본다”고 평했다.

박한신/심성미/배태웅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