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 24일 오후 2시 40분

올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상장하려다가 무산된 기업이 속출하고 있어 투자자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주주들 "대상기업 고평가" 스팩 합병 벌써 9곳 무산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스팩 합병 방식으로 기업 11곳이 코스닥시장에 신규 입성했다. 한국거래소에서 합병 승인을 받아 주주총회 등 합병 절차를 진행하는 기업도 7곳이다. 이들이 증시에 입성하면 올해 스팩 합병 건수는 지난해와 같은 18건이 될 전망이다. 역대 최다 합병 건수를 기록한 2017년(21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스팩 합병이 무산되는 곳도 늘었다. 올해 스팩 합병 절차를 진행하다가 철회한 곳은 9곳이다. 스팩 합병 철회 건수는 2022년 3건에서 지난해 13건으로 증가한 뒤 올해도 두 자릿수를 향해 가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다. 3년 내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청산된다. 스팩 합병이 무산된 곳들은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거나 스팩 주주의 반대에 부딪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팩 합병은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합병 기업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질 여지가 크다. 금융당국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심사를 강화했다.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는 스팩 주주도 늘었다. 스팩 합병은 스팩과 합병 기업의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주총에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와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주총을 앞두고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주주는 회사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팔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스팩 투자자가 합병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기관은 물론 소액주주도 합병 기업이 고평가됐다고 판단하면 반대 의사를 밝힌다”고 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