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오는 30일부터 발표하기로 했다. 100개 종목은 시가총액 400위 이내, 최근 2년 연속 또는 2년 합산 적자가 아니면서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를 소각한 실적, 주가순자산비율(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 50% 이내, 산업군 내 자기자본이익률(ROE) 우수 등의 지표를 기준으로 정해졌다.

밸류업 지수는 투자자와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나름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이 지수는 주로 대형주 위주로 구성된 코스피200지수와 비교했을 때, 최근 5년·3년·1년간 모두 상승률이 앞섰다. 11월께 이 지수를 기반으로 한 선물 상품과 상장지수펀드(ETF)가 나오면 편입 종목들의 추가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수만으로 대폭적인 레벨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업들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가 더욱 본질적이다. 투자 환경 측면에선 밸류업에 나서는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충분한 인센티브도 중요하다. HSBC가 최근 한국 증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낮춘 이유 중 하나로 꼽은 것도 기업들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저조였다. 기업들은 2024 세제개편안에 배당 확대 기업에 법인세를 줄여주는 방안이 포함되긴 했지만 법인세 세액공제가 5%에 그쳐 인센티브가 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장기투자 때 세 혜택을 기대했지만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담지 않았다.

거대 야당이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편에 부정적인 것도 걸림돌이다. 정부는 무거운 상속세로 인해 주가 상승을 반가워하지 않는 대주주가 적잖은 현실을 감안해 상속세율 인하와 대주주 상속세 20% 할증 폐지 방침을 정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증시를 압박할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 아직까지 유예 방침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아무리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더라도 정치가 제도로 뒷받침하지 못하면 밸류업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