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한국 경제는 제조업 다음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한국의 성장 모델이 고갈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이제 우리가 타던 말이 지쳐서 새로운 말로 갈아타야 한다고 느끼는데, 사람들은 ‘이 말이 그렇게 빠르고 잘 달렸는데 왜 바꿔야 하나’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올해와 내년 한국의 성장률에 대해선 “2.4%와 2.1%로 보고 있다”며 “잠재성장률 수준보다는 높은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가계부채의 모멘텀(동인·동력)이 바뀌고 있다”며 “그 증가 추세가 반전될 수 있고, 반전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입시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이 총재는 “한국 상위권 대학에서 서울 강남지역 고교 졸업생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며 “강남을 중심으로 한 교육열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대출이 증가하는 동시에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서울 부자들은 여섯 살 아이를 대학입시학원에 보내고, 여성은 자녀 교육을 위해 일을 그만둔다”며 “한국 교육 시스템에 찬사를 보내는 세계 지도자들은 그 실상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게 이 총재의 진단이다. 그는 “치열한 경쟁은 경제를 해치고 다른 지역 지원자의 기회는 줄어들면서 지방 인구 감소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도록 하는 등 ‘과감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