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정부의 체코 원전 수주를 두고 ‘수조원대 손실이 우려되는 수출’이라는 야당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낭설을 펴고 있다”며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쟁은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는 외교가 명언을 거론한 뒤 “국익 앞에 오직 대한민국만 있을 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세일즈 외교 성과마저 정쟁 수단으로 활용하는 야당 행태를 겨냥한 말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임종석 ‘두 국가론’도 비판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를 통해 “정치권 일각에서 ‘덤핑이다, 적자 수주다’ 하며 근거 없는 낭설을 펴고 있다”며 “정부는 기업의 수주와 사업 참여를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것뿐이다. 어느 기업이 손해나는 사업을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사활을 걸고 뛰는 기업과 협력업체들, 이를 지원하는 정부를 돕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훼방하고 가로막아서야 되겠느냐”며 “국민을 위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길이 과연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 22명은 “이대로 가면 수조원대 손실이 발생해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야 할지도 모른다”며 정부의 체코 원전 최종 계약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야권에서 제기된 ‘통일 포기’ 주장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들의 통일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반통일·반민족 세력이라고 규탄하더니 하루아침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명령한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 추진 의무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얘기인가”라며 “통일을 포기하면 남북의 갈등과 대립은 더욱 첨예해질 것이고, 한반도의 안보 위험도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9·19 평양공동선언’을 주도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9일 ‘통일하지 말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한 대표 등 지도부와 두 달 만에 만찬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했다. 전당대회 이튿날인 7월 24일 ‘삼겹살 만찬’ 회동을 한 지 두 달 만이다.

당에서는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당직자 16명이 참석했고,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안보실장 등이 자리했다. 이번 만찬에선 체코 방문 성과, 의정 갈등 해법, 야당의 입법 독주 등 현안에 관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가 요청한 윤 대통령과의 독대는 성사되지 못했다. 전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전했다. 한 대표는 만찬 회동 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대 요청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에 대해 “일각에서 자꾸 (언론에) 흘렸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아닐 뿐 아니라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 안 되는 사실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게 (대통령을) 흠집 내기나 모욕 주기로 느껴지나.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