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레도의 신제품 '데저트 던 오드 퍼퓸'. 사진=김세린 기자
바이레도의 신제품 '데저트 던 오드 퍼퓸'. 사진=김세린 기자
“‘남들은 샤넬, 디올 (향수) 쓰지만 내 향수는 특별하고 다르다’라는 식의 욕구가 미국,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인에게도 통했습니다.”

니치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를 전개하는 르노 디비지아 푸치코리아 지사장은 최근 몇 년 새 국내에 유행처럼 번진 니치 향수의 인기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24일 서울 강남구 파지티브 호텔 클럽하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바이레도 향수의 국내 직진출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고가의 니치 향수 시장은 확연한 성장세다. 젊은층 사이에서 ‘남들과 다른 향’으로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려는 수요가 늘면서다. 니치 향수는 전문 조향사가 천연향료와 특수한 기법으로 소량으로만 제작한 고급 향수를 말한다. 대중적이지 않은 이색적 향으로 브랜딩한 니치 향수 업체들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딥티크 레 제썽스 드 딥티크 제품컷.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딥티크 레 제썽스 드 딥티크 제품컷.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니치 향수는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아시아에서도 지난 10년간 인기몰이 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약 5317억원에서 지난해 9213억원으로 4년 만에 73.3% 급성장했다. 니치 향수가 고성장을 견인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바이레도는 지난해 국내 향수 시장에서 샤넬과 조말론, 크리스찬 디올에 이어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바이레도는 배우 박서준이 쓰는 향수로 유명해진 ‘블랑쉬’와 20~30대 여성 수요가 높은 ‘라튤립’ 등의 향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2006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바이레도의 국내 판매는 그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맡아 왔다. 하지만 성장세에 힘입어 2022년 스페인 패션 뷰티 기업 푸치에 인수된 뒤 지난해 푸치코리아를 설립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푸치코리아는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니치 향수 브랜드 확대에 나선다. 그 일환으로 우디 스파이시 향수 ‘데저트 던 오드 퍼퓸’을 출시했다. 용량에 따라 20만~30만원대에 판매된다. 디비지아 지사장은 “사막에서 맞이하는 새벽의 적막함 속에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느끼는 포근함과 따뜻함을 담은 향”이라고 소개했다.
딥티크 '레 제썽스 드 딥티크' 성수 팝업 내부.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딥티크 '레 제썽스 드 딥티크' 성수 팝업 내부.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딥디크도 이색적 향을 내놓고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섰다. ‘바닷속 붉은 산호’ 향을 담은 고가 라인 신제품 ‘레 제썽스 드 딥티크’를 출시하고 ‘팝업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딥티크는 자연에 대한 찬사를 담은 이번 컬렉션을 오감으로 체험해보고 다양한 향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팝업 공간을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백화점 역시 니치 향수 브랜드 입점을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 4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니치 향수 브랜드 ‘비비앙’을 신규 입점했다. 비비앙의 제품들은 니치 향수 중에서도 자극적이지 않고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은 니치 향수가 백화점 내 향수 카테고리 매출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이 브랜드를 들여왔다. 실제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향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늘었다.

이처럼 인기를 끌자 외식업체가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는 이색적 행보도 눈에 띈다. 지난 20일 원할머니 보쌈족발은 ‘오 드 뽀싸므 넘버원’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쌈의 핵심 재료 진저(생강)의 향긋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우디 노트와 함께 표현한 게 특징. 회사 측은 “이번 한정판 향수 출시를 통해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보다 친근하게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치 향수 업체는 본격적으로 마케팅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디비지아 지사장은 “다방면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협업을 선보일 것”이라며 “샤넬과 디올처럼 브랜드 살리기에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정면 돌파를 하기보다는 협업을 통해 많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