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국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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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을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낙점해 논란에 중심에 선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국회에서 추궁당하는 도중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이사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그가 이끈 홍 감독 선임 과정이 절차적으로 문제라는 위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울먹거리며 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했다. 협회 기술발전위원장을 맡았던 이 이사가 지난 5월 말 협회의 기술 분야의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직인 기술총괄이사로 취임한 지 4개월 만이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에게 '최종 결정을 위임하겠다'는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중대한 흠결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거듭 추궁하자 이 이사는 발언권을 요청하며 "내 명예가 달린 일이라…내가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해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내가 (감독을) 결정하게끔 부탁을 드려서 동의를 다섯 분으로부터 다 받았다. 박주호 위원은 아까 1분이라고 했지만 내가 2분 44초를 통화했다. 내가 사퇴하겠다. 하지만, 내가 통화를 안 하고 동의를 안 받은 것은 절대 동의 못 하겠다"고 강조했다.

감독으로서 프로축구 수원 삼성을 이끌던 지난 2020년 7월에도 팬, 구단 측과 마찰 끝에 아쉬운 마음으로 지휘봉을 놓았던 이 이사는 문체위 위원들에게 절차적 정당성을 추궁당한 끝에 축구 행정가로서도 불명예스럽게 협회를 떠나게 됐다.

이 이사는 이날 현안 질의 도중 하고픈 말이 더 있냐고 전재수 위원장이 묻자 "대표 선수들이 한국에 와서 잔디 상태가 정말 뛰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위원님들이 한국 축구를 위해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잔디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이사의 주된 업무는 '한국 축구 철학'의 뼈대를 세우는 일이었다. 취임 직후 이 이사의 첫 공개 행보도 한국 축구 기술 철학 발표회로, 그는 이 자리에서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을 강조하며 중장기적인 비전을 발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난 2월 경질된 후 후임을 물색하던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6월 말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에는 내홍에 빠진 대표팀 사령탑 선임 작업을 마무리하는 일도 맡았다.

정해성 전 위원장 체제에서 홍명보,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예트 감독으로 1, 2, 3순위 후보자가 좁혀진 상황에서 이 이사는 유럽 출장을 떠나 두 외국인 지도자와 직접 만났다. 유럽 출장을 마친 직후인 7월 5일 오후 11시에는 홍 감독도 만났다. 이 이사는 홍 감독을 적임자로 낙점해 대표팀 감독직을 맡아달라 홍 감독에게 제안했고, 홍 감독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 이사는 7월 초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령별 대표팀과 연속성, 감독으로서 성과 등 8가지 사안을 고려하면 홍 감독이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