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돈 나눠줄 테니 혁신 멈춰라" 비밀계약 폭로에 '발칵'
세계 최대 신용결제 기업 비자가 수조달러 규모의 소비자 결제 시장을 불법적으로 독점했다는 혐의로 24일(현지시간) 고소당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비자가 직불카드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기존 경쟁업체의 성장을 방해하고 다른 업체들이 새롭고 혁신적인 대안을 개발하는 것을 막았다"라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비자의 직불카드 시장 점유율은 약 60%로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디스커버리파이낸셜서비스 등 경쟁업체들을 다 더한 것보다 높다. 연간 결제 처리 수수료는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 이상이다.

법무부는 비자가 2012년부터 다른 결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판매자에게 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위협하는 방식으로 독점 체제를 구축했다고 보고 있다.

또 법무부는 비자가 애플, 페이팔, 스퀘어 등 테크기업이 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비밀리에 계약을 체결했다는 혐의도 제기했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는 애플이 비자와 경쟁할 수 있는 결제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 대신 비자의 '막대한' 독점 수익을 애플과 공유하는 비밀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비자 임원은 전자결제 기업 스퀘어와의 비밀 계약을 체결한 뒤 "우리는 스퀘어를 짧은 목줄에 묶어두고 있으며 이 거래 구조는 탈(脫)금융중개화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장에 명기됐다.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불카드 시장을 독점한 비자를 상대로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AFP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불카드 시장을 독점한 비자를 상대로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AFP
법무부는 비자의 독점으로 인해 소비자들도 가격 인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비자는 경쟁시장에서 부과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수료를 불법적으로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을 축적했다"라며 "비자의 불법적 행위는 거의 모든 제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비자가 가맹점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자 가맹점들이 이를 직불 카드 이용자들에게 전가했다는 주장이다.

비자는 "무가치한 소송"이라며 반발했다. 줄리 로텐버그 비자 법률고문은 "비자가 성장하는 직불 결제 시장에서 많은 경쟁자 중 하나이며 번창하는 업체들이 있다는 현실을 (법무부가) 무시했다"라며 "기업과 소비자가 비자를 선택하는 이유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 세계적 수준의 사기 방지 기능, 그리고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반독점부는 약 4년 간 이번 소송을 준비했다. 2020년 11월 비자가 핀테크 스타트업 플래이드를 53억달러(약 7조원)에 인수하려 하자 법무부가 반독점을 이유로 거래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두 달 뒤 협상은 결렬됐다. 2021년 3월 법무부는 비자에 반독점 조사를 실시한다고 통보했다. 이날 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49% 내린 272.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