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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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전화번호 가운데 기억하기 쉽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골드번호'는 우연히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7777', '1004' 등 반복된 숫자나 직관적 의미가 담긴 번호들이 골드번호라 할 수 있는데 매년 이동통신사들이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 인기 유형의 번호는 응모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을 정도로 치열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날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선호 번호 1만개 추첨 이벤트를 진행한다. SK텔레콤과 KT는 앞서 각각 올해 6월과 8월 동일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통3사 선호 번호 추첨 이벤트를 통해 응모할 수 있는 골드번호의 유형은 △AAAA △000A △A000 △00AA △AA00 △ABAB △ABCD △ABCD-ABCD △특정 의미를 갖는 번호 9가지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해 부터 추첨을 통해 제공하는 골드번호를 연간 1만개로 늘려 당첨 확률을 높였다. 추첨에 참여한 소비자는 1인당 최대 3개까지 응모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가장 인기 있는 선호 번호는 네 자리가 모두 같은 AAAA형과 1234·2345처럼 번호 네 자리가 연속된 번호 유형, 국번과 뒷자리 번호가 똑같은 'ABCD-ABCD'형이다.
골드번호 9개 유형. SK텔레콤 제공
골드번호 9개 유형.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해 골드번호 응모 건수는 14만6238건, 응모 인원은 5만811명이다.
1234처럼 번호 네 자리가 연속된 ABCD 유형의 경쟁률이 1500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며 다음으로는 AAAA 유형이 756대 1, ABCD-ABCD 유형이 83대 1로 뒤를 이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진행한 추첨 행사에서 가장 인기를 끈 유형은 국번과 뒷자리 번호가 똑같은 ABCD-ABCD였으며, 경쟁률이 230:1에 달했다.

골드번호 추첨 행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등 관계자들의 참관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통3사 모두 선호 번호는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으며 선호 번호를 사용 중이거나 1년 이내 선호 번호 당첨 이력이 있는 소비자는 응모할 수 없다.

골드번호 추첨제도는 2006년 기업의 편법 마케팅과 번호 불법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매년 2회 추첨 행사를 진행해 왔으나 2022년부터 연 1회 진행한다. 추첨 제도가 생기기 전 일부 이통사 직원이 자신의 명의로 골드번호를 보유하거나 특정인에게만 번호를 빼돌리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그러나 2015년 추첨제만으로 골드번호의 거래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골드번호 매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5년 9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인터넷에서 약 5000여 건에 달하는 골드번호 불법 판매 광고 글을 적발했고 '0000' 같은 번호는 1000만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는 2016년 번호매매의 문제점을 방지하고 번호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번호매매 행위 방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명의 변경과 번호 매매가 제한됐고 이를 어길 시 최대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