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5'를 출간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렌드 코리아 2025'를 출간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구는 원래 주로 남성의 스포츠로 여겨졌지만, 최근 불고 있는 국내 프로 야구 열풍은 새로 유입된 여성 팬들이 주도하고 있다. 요즘 초등학교 학부형 모임엔 30대부터 50대까지 부모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1000억원대 자산가도 '천원의 행복'을 찾아 다이소에 쇼핑하러 가는 세상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같은 경향을 '옴니보어'로 정의하고, 내년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잡식성'을 뜻하는 옴니보어는 문화적 취향이 다양한 사람을 가리키는 사회학 용어다. 김 교수는 25일 서울 태평로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5> 출간 간담회에서 "연령이나 소득, 성별 등으로 구분된 소비자 집단의 특성이 균질하다는 전제가 무너졌다"며 "각 집단에 기대되던 고정관념이 깨지고 점차 개인의 취향과 스타일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8년부터 시작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매년 다음 해 소비 트렌드를 요약하는 키워드 10개를 제시한다. 김 교수는 내년 가장 논쟁적인 키워드 중 하나로 '#아보하'를 꼽았다.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 앞에 SNS의 해시태그(#)를 붙였다. 특별히 좋거나 행복한 일이 없더라도 무탈하고 평범한 하루에 만족하는 삶의 태도다. 김 교수는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 사회상을 반영한 키워드"라며 "개인적으로 사회가 활력을 잃고 젊은이들에게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없어진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무해력'이란 키워드도 유사한 맥락에서 나왔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치고 갈등이 격화하는 사회에서 해를 주지 않는 존재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단 설명이다.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에 대한 선호와 소비가 늘고 있다.

김 교수는 그밖에 △개인 취향에 맞춰 직접 제품을 꾸미고 구성 요소를 선택할 수 있는 '토핑경제' △기계에 표정을 입히고 사람의 얼굴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기술 '페이스테크' △세계화와 로컬화가 섞인 '그라데이션K' △가상세계가 발달할수록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물질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물성매력'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 '기후감수성' △다른 기업 혹은 산업 생태계와 협력하는 '공진화 전략' △도달하기 어렵지 않은 한 가지 목표를 세워 실천하는 자기계발 전략 '원포인트업' 등을 내년 트렌드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분간 금융위기나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경제 위기는 없지만 지지부진한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체기엔 소비 트렌드가 작고 사소한 것에 집중되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세밀한 차이에서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