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로 그려 놓은 '정크 푸드' 정물화는 장난 같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arte] 이용재의 맛있는 미술관
노아 베리어의 일상 음식 유화
노아 베리어의 일상 음식 유화
최근 대학 신문 기자와 인터뷰했다. 3월 한 잡지 주최로 참여한, 70점에 달하는 디저트 블라인드 테이스팅 콘텐츠가 소위 ‘바이럴’이 된 여파였다. 주된 화제는 백화점, 그 가운데서도 식품관이 각종 디저트 매장을 유치해 ‘편집숍’을 차리는 이유였다. 그런 가운데 ‘소비자의 욕구나 취향이 이런 매장이나 편집숍의 구성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과연 우리의 현실이 그럴까? 나는 궁극적으로 정반대라고 이야기했다. 식품과 식재료만 놓고 보아도 우리는 욕구나 취향에 맞춰 선택하고 있다고 굳게 믿지만, 사실 기업의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머무는 현실이다. 대부분의 경우 울타리를 인식이나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 또한 맛이나 필요보다 광고 등을 통한 브랜드의 이미지에 이끌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이제 우리는 음식과 맛이 아닌 이미지를 먹고 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이다. 이러한 소비 습관을 형성시키기 위해 기업들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 먹으면 ‘호랑이 힘이 솟아난다’는 시리얼을 내세우는 식품 기업은 사실 19세기 말 미국의 두 형제 의사가 기원이었다. 특정 종교의 교리에 따라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의 '정화'를 위해 옥수수 시리얼을 만든 게 시초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런 사실은 잘 모르고 ‘호랑이 힘’에 이끌려 브랜드와 시리얼을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시리얼 자체의 건강함 여부는 거의 의문시되지 않는다. 홍보 전략에 제품의 디자인과 포장도 엄청나게 큰 몫을 한다. 궁극적으로 소비하는 게 이미지이니 잘 다듬어지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호랑이 힘이 솟는 시리얼은 파란색을 바탕으로 오렌지색과 흰색, 검은색의 호랑이가 경쾌하고도 호쾌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빨간색의 기업 로고가 방점까지 찍어준다. 별생각이 없었다가도 매대를 지나가다가 포장에 이끌려 제품을 사게 될 것만 같은 매력을 지녔다. 생각해 보면 모든 대량생산 식품이나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가 이렇다. 원색을 활용한 간결하고 명쾌한 포장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런 점을 파고들어 앤디 워홀이 캠벨 수프 깡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가운데, 오늘 소개할 노아 베리어의 유화들은 한편 워홀의 작품과 대척점에 있다. 그는 지금껏 살펴본 대량생산 식품이나 프랜차이즈의 패스트푸드를 유화로 그려낸다. 색감이 생생하지 않다고 할 수 없지만 그야말로 기름이 안료의 매개체이다 보니 식품이나 패스트푸드 포장의 디자인이 채택하는 색상과는 느낌이 판이하다. 한편 같은 맥락에서 그림 속 오브제-각종 음식들-의 경계선도 본의 아니게 흐려진다. 그 결과 원래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가장자리 혹은 경계선을 지닌 식재료며 음식이 사뭇 둔탁하게 느껴지며, 궁극적으로는 대상이 된 음식 및 식재료와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말하자면 익숙한 일상 속 식재료와 음식이 유화라는 매체를 통해 상당히 낯설어지는 것이다.
작가의 이름 뒤에 생몰 연도를 소개하지 않았듯 베리어는 동시대인이다. 홈페이지에 나름의 글로 자기소개가 되어 있지만 상당 부분이 모호하다. 유화를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공했으며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딸린 사진으로 짐작하건대 나이는 최대로 잡아봐야 사십대로 보인다.
그의 전문 분야는 지금껏 살펴보았듯 일상 가운데서도 일상의 음식과 식재료이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브랜드일 던킨, 파파이스,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등과 협업을 한 바 있다. 최근 정크 푸드 수준의 냉동 딸기잼 샌드위치인 ‘언크러스터블스(Uncrustables)’를 그린 정물화가 이베이에서 4,999달러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크 푸드를 유화로 그려 놓은 그의 작품을 보면 장난 같다는 느낌도 얼핏 든다. 하지만 나는 유화를 통한 그의 거리 두기, 낯설게 하기에 나름의 충격을 받았다. 앞서 언급했듯 식재료와 음식의 선택이 사실은 우리의 몫이 아닌 현실 속에서, 실제로 우리가 먹고 있는 건 그의 작품처럼 둔탁하고 무거운 기름 덩어리가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용재 음식평론가
과연 우리의 현실이 그럴까? 나는 궁극적으로 정반대라고 이야기했다. 식품과 식재료만 놓고 보아도 우리는 욕구나 취향에 맞춰 선택하고 있다고 굳게 믿지만, 사실 기업의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머무는 현실이다. 대부분의 경우 울타리를 인식이나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 또한 맛이나 필요보다 광고 등을 통한 브랜드의 이미지에 이끌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이제 우리는 음식과 맛이 아닌 이미지를 먹고 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이다. 이러한 소비 습관을 형성시키기 위해 기업들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 먹으면 ‘호랑이 힘이 솟아난다’는 시리얼을 내세우는 식품 기업은 사실 19세기 말 미국의 두 형제 의사가 기원이었다. 특정 종교의 교리에 따라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의 '정화'를 위해 옥수수 시리얼을 만든 게 시초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런 사실은 잘 모르고 ‘호랑이 힘’에 이끌려 브랜드와 시리얼을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시리얼 자체의 건강함 여부는 거의 의문시되지 않는다. 홍보 전략에 제품의 디자인과 포장도 엄청나게 큰 몫을 한다. 궁극적으로 소비하는 게 이미지이니 잘 다듬어지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호랑이 힘이 솟는 시리얼은 파란색을 바탕으로 오렌지색과 흰색, 검은색의 호랑이가 경쾌하고도 호쾌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빨간색의 기업 로고가 방점까지 찍어준다. 별생각이 없었다가도 매대를 지나가다가 포장에 이끌려 제품을 사게 될 것만 같은 매력을 지녔다. 생각해 보면 모든 대량생산 식품이나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가 이렇다. 원색을 활용한 간결하고 명쾌한 포장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런 점을 파고들어 앤디 워홀이 캠벨 수프 깡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가운데, 오늘 소개할 노아 베리어의 유화들은 한편 워홀의 작품과 대척점에 있다. 그는 지금껏 살펴본 대량생산 식품이나 프랜차이즈의 패스트푸드를 유화로 그려낸다. 색감이 생생하지 않다고 할 수 없지만 그야말로 기름이 안료의 매개체이다 보니 식품이나 패스트푸드 포장의 디자인이 채택하는 색상과는 느낌이 판이하다. 한편 같은 맥락에서 그림 속 오브제-각종 음식들-의 경계선도 본의 아니게 흐려진다. 그 결과 원래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가장자리 혹은 경계선을 지닌 식재료며 음식이 사뭇 둔탁하게 느껴지며, 궁극적으로는 대상이 된 음식 및 식재료와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말하자면 익숙한 일상 속 식재료와 음식이 유화라는 매체를 통해 상당히 낯설어지는 것이다.
작가의 이름 뒤에 생몰 연도를 소개하지 않았듯 베리어는 동시대인이다. 홈페이지에 나름의 글로 자기소개가 되어 있지만 상당 부분이 모호하다. 유화를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공했으며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딸린 사진으로 짐작하건대 나이는 최대로 잡아봐야 사십대로 보인다.
그의 전문 분야는 지금껏 살펴보았듯 일상 가운데서도 일상의 음식과 식재료이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브랜드일 던킨, 파파이스,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등과 협업을 한 바 있다. 최근 정크 푸드 수준의 냉동 딸기잼 샌드위치인 ‘언크러스터블스(Uncrustables)’를 그린 정물화가 이베이에서 4,999달러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크 푸드를 유화로 그려 놓은 그의 작품을 보면 장난 같다는 느낌도 얼핏 든다. 하지만 나는 유화를 통한 그의 거리 두기, 낯설게 하기에 나름의 충격을 받았다. 앞서 언급했듯 식재료와 음식의 선택이 사실은 우리의 몫이 아닌 현실 속에서, 실제로 우리가 먹고 있는 건 그의 작품처럼 둔탁하고 무거운 기름 덩어리가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용재 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