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키부츠’의 주인공 롤라(강홍석 분).  CJ ENM 제공
‘킹키부츠’의 주인공 롤라(강홍석 분). CJ ENM 제공
공연장은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환호성과 박수로 열광의 도가니가 된다. 커튼콜을 위해 무대로 나온 배우들조차 뜨거운 반응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킹키부츠’의 엔딩이다.

2012년 미국 시카고에서 첫선을 보인 ‘킹키부츠’는 토니 어워즈 작품상, 음악상, 남우주연상, 편곡상, 음향디자인상을 휩쓴 인기작이다. 한국에서는 2014년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이 열려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킹키 부츠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길이의 부츠로 주로 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때 쓰인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주인공 찰리가 드랙퀸(화장과 의상으로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자)을 위한 킹키 부츠를 만들어 망해가는 구두 회사를 일으켜 세우는 이야기다.

작품은 포용과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진부하지 않게 담아낸다. 대사로 직접 설득하려 하기보다 등장인물의 매력과 그들의 춤사위로 다 함께 공존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래미 어워즈 최고의 뮤지컬 앨범상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넘버(노래)들이 강렬하다. 전설적 팝스타 신디 로퍼의 손에서 태어난 음악에 에너지가 흘러넘친다. 주연과 조연 가리지 않고 탄탄한 실력을 갖춘 덕에 코러스가 원곡의 힘을 증폭해 객석에 전한다.

작품을 이끄는 육중한 힘은 주인공에게서 나온다. 특히 드랙퀸 퍼포먼서로 등장하는 ‘롤라’. 10년 전 초연부터 롤라를 맡아 온 강홍석의 표현력과 존재감이 놀랍다. 강홍석의 근육질 몸매와 새빨간 드레스의 대비가 복서 출신 여장 남자인 롤라의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든다. 허스키하고 소울 넘치는 목소리와 간드러진 얇은 발성을 넘나드는 연기는 매콤한 음식처럼 온몸을 후끈하게 해준다. 조연들도 각자의 서사를 장착해 배역 한 명 한 명이 강한 이미지를 남긴다.

‘킹키부츠’의 진면모는 커튼콜에서 느껴진다. 코러스가 마지막 곡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을 부를 동안 조연 드랙퀸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과 손뼉을 맞추며 춤을 춘다. 여태껏 뮤지컬 공연장에서 느껴본 적 없는 환호성과 에너지가 강한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관객들은 강렬한 퍼포먼스에 행복한 충격을 받고 공연장을 빠져나간다.

새빨간 킹키 부츠만큼이나 관객들이 달아오르고 행복해지는 공연. 95점짜리 수작을 120점으로 끌어올리는 출연진의 퍼포먼스가 극장을 빨갛게 달군다. 어지러울 정도로 도파민을 충전할 수 있는 작품.

공연은 오는 11월 10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