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퇴사는 배신이 아니다
상반기 정기 승진 발표날이었다. 승진자 명단에는 다음주 퇴사 예정인 구성원이 발탁 승진자로 포함돼 있었다. 사전에 이뤄진 승진 심사위원회에서 나는 그의 승진을 적극 지지했다. 이직을 앞두고 있지만, 그동안 보여준 성과와 역량을 고려할 때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2020년 말 고운세상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짧은 기간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교육 업무로 시작해 교육 영상과 마케팅 콘텐츠 제작까지 섭렵하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유창한 외국어 실력으로 해외 고객사로부터 뛰어난 프레젠터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나는 회사를 떠나는 구성원이라도 그동안의 기여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구성원이 떠나는 것은 항상 아쉽지만, 더 큰 성장을 위해 새로운 길을 택한 그들의 결정을 축하하고 존중한다.

이직은 이제 부정의 시그널이 아니다. 오히려 변화의 시대에 발맞춰 인재들이 성장해 나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자 방식이다. 과거에는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한 노하우 습득과 새롭고 낯선 상황 및 변수에 적응해 나가는 역량을 키우며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은 퇴사를 부정적인 상황으로 판단하고, 이직하는 구성원에게 눈초리를 치켜뜬다.

고운세상코스메틱에서도 이직은 흔한 일이 됐다. 3~4년 경력을 쌓은 구성원이 실무 능력을 갖춘 뒤 다른 성장의 기회를 찾아 떠나는 경우도 많다. 유능한 구성원의 이직을 손해라고 여길 수 있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 회사가 잘 돌아가는 것은 소수의 핵심 인재 덕분만이 아니다. 인재들의 성장을 견인해주는 조직문화와 시스템이 기업에는 존재하며, 떠나는 이들만큼이나 뛰어난 인재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따라서 이직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

기업은 이제 구성원의 이직을 축하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 회사도 나중에 더 커져 있을 테니 그때 당신이 다른 곳에서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서 많이 배우고, 나중에 다시 와서 일하자.” 나는 종종 이렇게 말하며, 이직을 유학 보내는 마음으로 축하한다.

이직은 회사와 구성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될 수 있다. 회사는 새로운 인재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이직한 구성원은 다양한 경험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다. 또 구성원이 성장해서 다시 돌아오면 조직의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구성원의 이직을 두려워하지 말고 떠나는 이들을 축하하며 그들의 성장을 응원해야 한다. 퇴사는 배신이 아니다.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며, 그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것이 대이직의 시대에 기업이 가져야 할 새로운 자세다. 떠나는 사람에게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