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지수 발표가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오늘 국내 주식시장 하락 마감한 배경이 무엇입니까?

<기자> 우리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연초부터 추진한 밸류업의 결과물인 밸류업 지수가 전격 공개되면서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까 기대했었는데, 일단 오늘 반응을 보면 미지근하다 못해 차가운 정도입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상승 출발했지만 오후들어 하락반전했고요, 외국인 투자자는 5천억원 이상 순매도하면서 최근 한달간의 순매도 기조를 오늘도 이어갔습니다.

밸류업 지수에 편입하지 못한 종목의 주가가 내리고 편입에 성공한 종목도 주가가 내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주가가 크게 하락해온 반도체 주, 코스닥의 반도체 장비, 소재 관련주 중심으로는 주가가 반등을 시도했습니다.

<앵커> 금융주의 하락이 오늘 두드러졌는데요, 밸류업 기대감이 가장 컸던 금융주의 주가가 가장 많이 빠지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자> 밸류업 지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금융주는 양호한 실적과 적극적 주주환원을 바탕으로 밸류업 최대 수혜주이자 유망주로 손꼽혀 왔습니다. 그럼에도 주가 측면에서는 여전히 매우 낮게 평가(저PBR)되고 있기에 향후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런데 밸류업 지수가 막상 공개되어보니 실제 편입된 금융주는 10개 종목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이중 절반인 다섯 개는 기준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밸류업 공시를 했으니 특별히 넣어줬다는 것이 한국거래소의 발표내용이었습니다.

신한지주와 삼성화재, 메리츠금융지주 등은 편입됐지만 KB금융, 삼성생명 등 업종 1등주는 빠졌습니다. 또 하나금융, NH투자증권 등도 시장에선 편입을 기대했으나 제외됐습니다.

특이한 점은 밸류업 지수에서 빠진 경우 주가가 3~5%대 하락한 것은 물론, 편입에 성공한 신한지주와 키움증권, DB손해보험 등까지도 3~5% 하락한 점입니다.

<앵커> 밸류업지수를 야심차게 준비했음에도 반응이 이렇게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많은 투자자들이 밸류업 지수를 기대했던 이유가 지수를 통해 기업들의 가치제고 노력, 소위 밸류업을 하고자 하는 동인을 이끌어내주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편입 요건과 그 결과물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다섯 가지 편입 조건 가운데 세 가지 항목에서 지적이 나오는데요, 주주환원 항목에선 배당의 유무만 검토했지,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같은 질적 요소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내용과, PBR와 ROE 같은 지표에 치중해 향후 기업가지 제고 가능성은 담지 못했다는 지적 등이 나옵니다.

이같은 기준이 특히 금융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내 금융주중 PBR이 1배를 넘는 경우는 카카오뱅크와 메리츠금융지주뿐이고 , 대부분 0.5배 미만입니다.

이를 두고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은 PBR, ROE가 아닌 주주환원 제고에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일본의 성공하지 못한 사례를 그대로 답습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일본도밸류업 지수인 JPX프라임150을 구성에 PBR ROE를 기준으로 두면서 은행과 자동차가 빠졌고, 밸류업은 성공했으나 밸류업지수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앵커> 금융주들 향후 주가 동인은 무엇입니까?

<기자> 지수 편입이 안 된 경우 수급적인 기대감은 다소 꺾이겠으나 실적 측면과 주주환원 측면에서 은행들에게는 여전히 기대해볼 것이 많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먼저 실적면에서 아직 3분기 영업이 끝나진 않았으나, 7, 8월 대출성장률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시중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이자이익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요, 환율 하락에 따른 비이자이익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개별사별로 KB금융이 3분기 당기순익이 1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1조원 이상의 순익을 내면서 사상 최대실적이었던 2분기에 육박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주환원도 지속될 전망입니다. KB금융은 이번 지수편입 탈락했지만 다음달 밸류업 본공시를 예정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들어 현재까지 7천억 이상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한 데 이어 추가 밸류업 계획 공개해서 내년 6월 정기심사때는 편입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입니다.

하나금융지주는 상반기 3천억원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 KB와 신한에는 못 미쳤는데 3분기부터는 주주환원 여력이 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대로 올라가고, 증권가에서는 추가 1천억원 이상 자사주매입·소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유주안기자 jayou@wowtv.co.kr
'알맹이' 빠진 밸류업 지수…은행주의 미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