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中 BYD 수출 전기차 싣는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사진)가 중국 출장길에 오른 건 지난 6월이었다. 신규 고객을 찾는 작업을 한창 벌이던 때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수출 차량을 자동차운반선(PCTC)에 실어 나르는 ‘본업’만으로는 성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당시 이 대표가 만난 기업 리스트에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도 있었다. 그 결과가 25일 나왔다.
현대글로비스, 中 BYD 수출 전기차 싣는다

○中 1위 BYD, 현대글로비스와 협력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BYD와 ‘물류 및 완성차 해상운송 사업에 대한 전략적 협업’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에는 두 회사가 글로벌 컨테이너 물류 운영과 PCTC를 공동 활용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핵심은 ‘PCTC 공동 활용’이다.

BYD는 유럽 동남아시아 남미 등지로 전기차 수출이 급증하자 최근 PCTC를 두 척 확보했지만, 해외 수요를 제때 맞추기엔 역부족이다. 2022년 6만 대도 안 된 BYD의 수출 물량은 지난해 24만 대를 넘겼고, 올해는 50만 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BYD는 내년 수출 목표를 100만 대로 잡았다.

매년 두 배씩 늘어나는 수출 물량을 맡아줄 선사가 절실했던 BYD가 ‘거래처 다변화’에 나선 현대글로비스와 의기투합하게 된 배경이다. MOU에는 ‘BYD 수출 물량을 현대글로비스의 PCTC로 실어나르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선사 확보가 시급한 BYD로선 글로벌 노선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가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27개국에 147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非계열사 물량 50%로”

현대글로비스가 BYD와 손을 잡은 만큼 PCTC 시장에서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신규 고객 확보를 전제로 PCTC 추가 확보 계획도 짜놓은 터다. 작년 말 기준 81척에서 2026년 102척, 2030년 128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새로 도입하는 PCTC는 1만 대를 한번에 실을 수 있는 초대형 규모로, 효율이 기존 선박보다 15% 높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회사 헤스네스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해상 물량은 지난해 2111만 대에서 2030년 2400만 대로 늘어난다. 증가분의 대다수는 중국의 전기차 수출 물량이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액은 1997억달러로, 독일(2297억달러)에 이어 2위였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현재 30% 수준인 비(非)계열사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0%로 끌어올린 뒤 궁극적으로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BYD가 이 프로젝트의 핵심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BYD가 보유한 두 척의 PCTC를 현대글로비스가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BYD의 PCTC는 유럽이나 동남아에 수출 차량을 내리고 중국으로 돌아올 때는 대개 비어 있는데, 물류 전문회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운영하면 다른 자동차나 배터리 등으로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BYD가 중국 조선소에 2척의 PCTC 추가 주문을 한 만큼 향후 현대글로비스가 운영할 수 있는 BYD 선박은 더 늘어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모빌리티 운송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완성차업체와의 물류 협력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