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인 지난 7월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탕 골목에서 시민들이 오가는 모습. 뉴스1
초복인 지난 7월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탕 골목에서 시민들이 오가는 모습. 뉴스1
정부가 내년에 약 1100억원을 들여 개 식용 종식에 나선다. 전업이나 폐업을 진행하는 식용 개 농장주에겐 개 한 마리당 최대 60만원을 지급하고, 음식점주에겐 점포철거비부터 메뉴판 교체 비용까지 보조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 내부서도 업종별로 상황이 달라 완전한 개 식용 종식까진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폐업 빠를수록 지원금 늘어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기본계획은 완전한 개 식용 종식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제정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종식법)에 따라 2027년 2월 7일부터는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할 수 없다. 개의 식용을 목적으로 운영 중인 업계 종사자는 금지 시점까지 반드시 전·폐업을 해야 한다.

기본계획의 핵심은 식용 목적으로 개를 기르는 농장주들에게 지급되는 ‘폐업이행 촉진 지원금’이다. 농장주는 전·폐업을 진행할 경우 시군구에 신고한 연평균 사육 마릿수를 기준으로 개 한 마리당 22만5000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전·폐업을 빨리할수록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받는 구조다. 단 마릿수를 계산할 때는 사육 면적을 기준으로 산출한 적정 사육 마릿수가 상한선으로 적용된다.

개 식용 금지 조치로 폐업하는 유통상인과 식품접객업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폐업 소상공인 지원 사업과 연계해 점포 철거비를 올해 최대 250만원, 내년 이후엔 최대 4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들에게 재취업 성공수당으로 최대 190만원을 지급하고, 취급 메뉴와 식육 종류를 변경해 전업할 경우 간판과 메뉴판 교체 비용도 최대 250만원까지 지원해 적극적인 전·폐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농식품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개 식용 농장주들의 감축관리가 미흡할 경우 이행 조치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농장주가 사육을 포기하면서 잔여견이 발생할 경우 지자체가 소유권을 인수해 보호·관리하게 된다. 지자체는 개의 소유권을 인수하면서 농장주에게 보호 비용을 청구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부와 지자체는 개 식용 종식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있는지 분기별로 현장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전·폐업 이행을 하지 않거나 개 식용 목적으로 농장을 새로 운영하는 사례가 적발되면 이행 조치명령과 함께 과태료 부과, 영업장 폐쇄 조치 등이 내려지게 된다.

기본계획을 수행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은 내년에만 총 1095억원(국비 50%·지방비 50%)이다. 농장주에게는 폐업이행 촉진 지원금 562억원 등 총 972억원이, 도축 상인에게는 철거비 42억원 등 총 108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유통업·음식점은 전업 쉽지만...사육업·도축업은 순탄치 않을 듯

정부의 이 같은 지원에도 완전한 개 식용 종식 이행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개 식용 업계는 크게 사육업과 도축업, 유통업, 음식점으로 나뉜다. 사육업은 대부분 영세 고령 농으로, 다른 축종을 병행해 기르는 비중이 작아 전업이나 폐업에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사육 규모가 연 300마리 인하인 농장이 56.1%로 과반을 차지했고, 농장주들의 평균 종사 기간은 17.6년, 65세 이상 비중은 53.6%로 각각 나타났다. 다른 축종을 함께 사육하는 경우는 21%에 불과했다. 도축업도 종사자 대부분이 고령화됐고, 다른 축종의 도축을 병행하는 비중이 작았다.

반면 유통업과 음식점은 전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식점의 경우 개고기와 함께 다른 메뉴를 함께 취급하는 경우가 91.8%로 많고, 전업 희망 비율도 80.9%로 높았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