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세계 1위 아마존의 지난해 광고 수익은 470억달러(약 62조원)에 달했다. 코카콜라 매출(457억달러) 이상을 광고로 벌어들였다.
'아마존 캐시카우' RMN, 유통가 실적 돌파구로 부상
아마존 광고 수익의 원천은 2012년 시작한 리테일미디어네트워크(RMN·Retail Media Network). 유통사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광고를 싣는 서비스다. 아마존은 방대한 구매·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 광고를 자체 앱·홈페이지는 물론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아마존 뮤직 등에 노출한다. 이를 통해 구글, 페이스북에 이은 미국 3위 광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월마트도 마찬가지다. 2021년 ‘월마트커넥트’를 시작한 월마트는 온라인 광고뿐 아니라 4600개 월마트 점포에 광고용 디지털 스크린을 설치해 작년에만 34억달러의 수익을 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월마트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 RMN 사업에 국내 유통사가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과 경쟁 과열로 실적이 악화하자 온·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한 광고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유통군은 이날 백화점, 마트, 롯데온, 세븐일레븐 등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던 온·오프라인 리테일 미디어 환경을 통합한 플랫폼을 연내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월 평균 2500만 명이 방문하는 40여 개 커머스 및 서비스 앱과 전국 1만500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만큼 RMN 사업의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다. e커머스와 백화점·마트 등 온·오프라인 채널을 함께 활용하는 만큼 디지털 광고와 점포 내 스크린 광고를 병행하는 월마트의 사업 모델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유통군은 앞서 올 3월 RMN추진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지난달에는 미국 마케팅·애드테크 기업인 엡실론과 업무협약을 맺고 RMN 솔루션 공동 개발에 나섰다. 회원 4300만 명의 구매 데이터를 보유한 롯데멤버스와의 협업을 통해 정교한 맞춤형 광고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화장품 1위 유통기업 올리브영도 RMN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이달 초 온라인몰에 광고 클릭 수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는 성과형 광고(CPC) 상품을 새롭게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올리브영의 경쟁력은 600만 명에 달하는 앱 월간활성이용자(MAU)와 전국 130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이다. 온라인몰 배너·팝업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 내 미디어월과 포스기 화면 등을 매개로 광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국 매장 스크린에 BTS 멤버 정국의 생일 광고를 싣기도 했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점포와 자회사인 G마켓의 배너·팝업 등을 통해 연 5000억원가량의 광고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쇼핑, 쿠팡 등 e커머스 기업이 주도하던 RMN 사업에 롯데, 이마트, 올리브영 등 온·오프라인 통합 유통사가 줄줄이 뛰어들면서 국내 RMN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한국 RMN 시장 규모가 20억달러에서 수년 내 5배 수준인 1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RMN을 활용한 광고 사업의 수익성이 유통업의 2~3배 정도 되는 만큼 성장 정체를 타개할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월마트의 경우 RMN 사업의 전사 이익 기여도가 12%에 달한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