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25일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2024 울산포럼’ 클로징 세션에서 참가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25일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2024 울산포럼’ 클로징 세션에서 참가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AI)에 대해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러면 차별화가 어렵습니다. 제조업 기반 AI를 잘 훈련해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2024 울산포럼’에서 “AI를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도구로만 바라보면 경쟁사에 따라잡힐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AI가 초기 단계여서 제조 공정을 지원하는 용도에 주목하고 있지만, 20~30년 뒤에는 대다수 기업이 AI를 훈련한 뒤 그 모델을 판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시작한 울산포럼은 최 회장의 제안에 따라 SK그룹이 울산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지역 포럼이다. 저출생 등 지역 문제를 주로 논의한다. 올해 주제는 ‘피버팅(전환) 울산, 기술과 문화로 만들다’다. AI를 활용해 제조업을 혁신하는 방안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 오종훈 SK에너지 대표 등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총집결했다. 김두겸 울산시장, 오연천 울산대 총장,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도 참석했다.

최 회장은 AI를 고도화하려면 정유 산업단지의 모든 데이터를 공유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울산 정유산업에 적합한 AI 모델을 구축해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잘 ‘클렌징’(정제)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훈련해야 한다”며 “하지만 울산에 있는 개별 기업이 각자 수행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국내 대표 공업 도시인 울산이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울산이 시도하면 여수, 대전, 인천 등 다른 도시도 시도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제조업 관련 데이터를 총망라하는 AI산업 인프라가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포럼을 통해 디지털 전환(DX)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2019년부터 250만㎡ 규모의 정유 공장에서 나오는 모든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후 2년간 개발해 설비자산 관리 솔루션인 ‘오션 H’를 구축했다. 60여만 개에 달하는 정유 설비를 총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SK에너지는 이 시스템을 울산에 기반을 둔 석유화학업체에 판매했다. 지난해 다섯 곳에 35억원을 주고 넘겼다.

최 회장은 공업도시인 울산에 문화를 입혀 ‘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중심으로 도시가 설계돼 젊은 층이 빠져나가는 등 지방 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최 회장은 “사용 중인 원유 저장탱크 외벽에 그림을 그리는 등 문화를 입히고 사용하지 않는 탱크 내부에는 도서관, 오페라하우스 등 문화시설을 들여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울산만의 특징을 반영한 문화 콘텐츠가 있어야 국내외에서 사람이 모여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울산=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