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에 대한 제재를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중국산 디스플레이 제재 논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첨단 산업 제재가 디스플레이로 확대된다면 중국과의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디스플레이업계의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美의 中 디스플레이 제재 움직임…"韓 반사이익"
26일 미국 외신에 따르면 전날 존 물레나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미 국방부에 중국 BOE와 톈마를 ‘중국 군사 기업 목록’으로 불리는 섹션 1260H에 포함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BOE는 중국 최대, 톈마는 세계 4위권 디스플레이 업체다. 목록에 포함되면 국방부와의 거래가 제한되고, 다른 부처가 추가 제재하는 데 참고 자료가 된다.

BOE는 화웨이, 샤오미 등 자국 스마트폰 기업 외에 애플에도 디스플레이를 납품하고 있다. 서한은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TV 등 일상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은 물론 대전차 미사일, 드론 등 미국 군용 무기에도 쓰인다”며 “미국의 첨단 군사 기술이 적국에 의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레나 위원장은 “글로벌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0%에서 오늘날 72% 수준으로 높아졌다”며 중국 기업들이 저가 공세를 펴며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 두 업체가 중국군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제재를 촉구했다.

제재가 가해진다면 중국과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 제재가 선제적으로 이뤄지면 민간 기업들도 중국산 디스플레이를 기피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BOE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BOE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애플의 3대 디스플레이 공급사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기준 OLED 핵심 시장인 중소형 사이즈 시장에 중국산 비중은 50.7%(출하량 기준)로 작년 상반기(40.6%) 대비 10.1%포인트 상승했다. 한국 점유율은 59.4%에서 49.3%로 줄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