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무기의 '대변신'…지하주차장 화재시 1.5t '소방 로봇' 뜬다
내년부터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에 탱크 형태의 ‘무인 소방 로봇’(사진)을 투입한다.

소방청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차량형 무인 소방 로봇을 연내 공동 개발하기로 협약을 맺었다고 26일 밝혔다. 무인 소방 로봇은 2025년부터 전국에 네 대를 배치해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 진압용으로 활용한다.

이번 공급 협약은 지난 8월 인천 청라지역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관련 첨단 소방 장비 보급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현대차그룹이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소방청에 장비 제공 의사를 밝히면서 이뤄졌다. 양측은 3일 시연을 거쳐 공동 개발에 합의했고, 6일 정부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 중 하나로 제시했다.

약 1.5t인 무인 소방 로봇은 현대로템이 2021년 군사용으로 개발해 전투 실험에 투입하고 있는 ‘다목적 무인 차량’에 65㎜ 방수포를 장착하고 열 내구성을 강화했다. 어둠 속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적외선, 열 투시 카메라를 갖추고 높은 온도 속에서 장비를 보호하도록 분무 장치를 더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주행 기능도 갖출 전망이다.

윤상기 소방청 장비기술국장은 “기본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앞에 사람이 이동하면 인지해서 따라갈 수 있게 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은 불길과 자욱한 연기로 소방대원이 진입하기 어려운 화재 현장에서도 막힘없이 이동하며 불을 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방청은 내년 상반기 무인 소방 로봇(차량형) 시제품 한 대를 시험 운영하고 보완 작업을 거쳐 내년 말까지 전국 4개 권역별 중앙119구조본부 특수구조대에 한 대씩 배치할 계획이다. 박동일 산업부 제조산업정책관은 “민관이 함께 전기차 안전관리 강화에 나선 것”이라며 “전기차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전기차산업이 더욱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방 로봇 시범운영을 거쳐 수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이날 현대차그룹은 국내 선박 구성품 제조 중소기업 탱크테크와 함께 개발한 ‘관통형 방사장치(EV Drill Lance)’ 250대를 소방청에 기증했다. 관통형 방사장치는 전기차 하부의 알루미늄 강판 등에 구멍을 뚫어 배터리 팩에 소화수를 분사하도록 돕는 장비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