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어제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등 첨단 분야 고급 인재 유치를 위해 ‘톱 티어(top-tier) 비자’를 내년에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유명 대학 이공계 학위 소지자, 세계적 기업·연구소 재직자, 세계 수준의 원천기술 보유자 등 고급 인재와 동반 가족이 국내에 머물 수 있도록 각종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우수 인재에게 거주·영주비자를 신속하게 부여하는 패스트트랙 수혜 범위를 국내 5개 이공계 연구기관 소속 유학생에서 우수 일반대학 과학기술 전공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새로운 비자 제도 등을 통해 향후 5년간 10만 명 이상의 고급 두뇌를 유치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국은 급속한 저출생·고령화로 조만간 생산인구가 감소할 위기에 처했다. 산업 분야를 떠받칠 인력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도 우수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에서 대학원을 마친 AI 인재의 40%가 해외로 나간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조차 해외 빅테크에 인재를 뺏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그런데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 인력은 여전히 저임금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외국 인력 중 전문인력 비중은 지난해 기준 4.98%에 그쳤다. 20%가 넘는 일본에 비해 턱없이 적다.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외국인 유학생 중 42% 정도만 한국에 취업한다고 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AI 등 첨단 산업은 물론 반도체 등 기존 핵심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세계 각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치열한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은 이공계 인력을 우대하고 유치하기 위한 비자 정책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야 첫발을 뗐을 뿐이다. 톱티어 비자 등을 얼마나 발급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부처 간 협의 등을 통해 속도를 내야 한다. 해외 고급 두뇌가 한국에 살며 일하고 싶을 정도의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국내 거주 여건을 외국 인력에 친화적으로 바꾸고 이민 확대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줄일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