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 3대 강국(AI G3)’ 도약을 위해 국내 인공지능(AI) 연산 인프라를 2030년까지 지금보다 15배 늘리기로 했다. AI 인프라를 도입해 민간에 대여하는 방법으로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출범식 및 제1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 AI 전략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국가인공지능위원회는 분야별 민간 전문가와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분과위원회를 통해 분야별 과제와 이행 계획을 도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윤 대통령은 “지금 회의가 열리는 이곳은 8년 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기의 대국을 펼친 곳”이라며 “지금 AI는 눈부신 속도로 발전해 명실상부한 게임 체인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27년 AI 3대 강국 도약이라는 원대한 비전과 함께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 총력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4대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AI 컴퓨팅 인프라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AI 개발과 서비스를 위해서는 컴퓨팅 자원이 필수적이지만 엔비디아의 H100과 같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는 구매력이 막강한 빅테크가 아니면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각국 정부가 민간 기업을 대신해 AI 인프라를 확보하는 배경이다. 일본도 정부 주도로 GPU를 확보해 사카나AI 같은 유니콘 기업을 키워냈다.

2兆 들여 AI컴퓨팅센터, 6년내 유니콘 10곳 육성
稅지원으로 민간투자 유도하고, 공공부문 AI 투입률 95% 목표

정부가 2030년까지 컴퓨팅 파워를 2엑사플롭스(EF·1초에 100경 번의 부동소수점 연산 처리 능력) 이상 확보하기로 했다. 엔비디아 H100 3만 개 규모에 해당한다. 민관 합작투자로 최대 2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를 구축하고, AI 인프라를 기업과 연구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이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정책금융을 활용해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며 “비수도권 지역에 2곳 정도 건설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민간부문의 AI 투자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민간의 AI 투자는 65조원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민간투자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을 검토하고 대규모 펀드 조성 등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가 전반의 AI 전환(AX)을 추진한다. 제조·금융·의료바이오 등 AI 도입 효과가 높은 8대 산업별 AX 대책을 추진하고 안전·재난·보건 등 공공부문 18대 분야 국민 체감 AI 서비스도 선보인다. 국가 AI 전면화를 통해 2030년까지 산업계에선 70%, 공공부문에선 95%까지 AI 도입률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정부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면 2026년 기준 310조원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2030년까지 AI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10곳을 육성하고, 작년 기준 5만1000여 명인 AI 인재를 20만 명 확보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AI 기술 발전으로 우려되는 딥페이크 범죄, 사이버 위협 등 첨단 AI 범죄에 대응하는 국가 전담 기관으로 ‘AI안전연구소’를 오는 11월 설립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AI의 빠른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구개발과 인프라부터 교육, 법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철저하게 이행할 것”이라며 “정보화 혁명을 이뤄낸 DNA로 민관이 합심하면 AI 3대 강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승우/양길성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