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40년 만에 ‘7광구’(대륙붕 남부구역) 개발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위원회를 연다. 관련 공동개발(JDZ)협정 만료 시한이 임박한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은 배타적경제수역(EEZ)과 관련해 유리해진 국제법을 이용하기 위해 ‘협정 종료’를 노려왔지만,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일방적 종료 통보보다 공동위를 통한 협의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존폐 기로 선 7광구 개발…韓日, 40년 만에 논의 재개
26일 외교부에 따르면 JDZ협정에 따른 제6차 한·일 공동위가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공동위는 1985년 5차 회의 이후 약 40년 만에 열린다. 그동안 정부는 여러 차례 일본에 공동위 개최를 요구했지만 일본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우리 측에서는 황준식 외교부 국제법률국장, 윤창현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이, 일본에서는 오코우치 아키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 와쿠다 하지메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자원연료부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JDZ협정은 한·일 양국이 1974년 체결해 1978년 발효했다. 제주 남부와 일본 서쪽 약 8만2000㎢ 면적의 대륙붕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협정이다. 7광구는 석유 매장 가능성이 있어 한때 한국이 산유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곳이다.

협정 발효 이후 양국은 공동 개발을 추진했지만 일본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개발에서 빠지면서 1990년대 이후 사실상 개발이 중단된 상황이다. 한국은 조광권자로 석유공사를 지정했지만, 일본은 1993년 이후 조광권자를 지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재차 7광구 공동 개발을 요청했지만 일본은 응하지 않았다.

내년 6월 22일부터는 언제든 협정 종료 통보를 할 수 있지만, 어느 한쪽도 종료 통보를 하지 않으면 협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외교부는 JDZ협정이 예정대로 종료되더라도 일본이 자동으로 이 지역 소유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간 일본의 소극적 자세를 두고 “일본이 협정 종료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1985년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에서 대륙붕 경계를 가르는 기준이 일본 측에 유리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이 기준이 대륙붕이 시작된 나라에 귀속된다는 ‘연장설’을 따랐지만, 새 판결에 따라 육지에서의 거리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거리설’이 보편화하며 7광구와 가까운 일본이 유리해졌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관계 개선 기류 속에 일본이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공동위 재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JDZ협정 연장이 불발되면 7광구 문제에 중국이 개입해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7광구는 중국이 주장하는 EEZ도 포함하고 있고, 중국은 JDZ협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번 공동위 개최는 현 정부 들어 개선된 한·일 관계 흐름이 반영됐다”며 “일본 입장에서도 한국과의 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방적인 종료 선언으로 중국의 개입 가능성과 마주해야 하는 부담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동위 개최는 그간 우리가 들인 노력의 결과”라며 “공동위에서는 협정 이행에 대해 포괄적인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