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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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반도체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월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25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지난 3분기(2024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한 77억5000만달러(약 10조3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분기(68억1000만달러)와 전망치(76억6000만달러)를 모두 뛰어넘었다. 주당순이익(EPS)도 1.18달러로 전망치(1.12달러)를 웃돌았다.

다음 분기 가이던스(자체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했다. 마이크론은 4분기(2025회계연도·9~11월) 매출이 약 87억달러(약 11조5700억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크론이 직전에 내놨던 가이던스(82억8000만달러)보다 높아졌고, 전문가 예상치(83억2000만달러)도 웃돌았다. EPS는 주당 약 1.74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역시 전문가 예상치(1.52달러)를 뛰어넘었다.

이에 더해 마이크론은 올해와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모두 매진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함께 D램, HBM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실적 발표 후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약 14.5% 상승했다.

마이크론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대량으로 지어지면서 이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고, 모바일·PC에도 AI가 탑재되면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강력한 AI 수요에 힘입어 이번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3% 성장했다"며 "마이크론은 역사상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2025년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매니쉬 바티아 운영 총괄 부사장은 "AI를 탑재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이크론에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황이 내년부터 침체될 것이라는 모건스탠리의 전망이 빗나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고점 찍고 하락) 시점이 당초 시장 예상보다 3개월~1년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부터 HBM이 공급 과잉에 직면할 뿐 아니라 모바일·PC 수요가 둔화하면서 D램 가격도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