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에 집값 4.5% 떨어져?…깜짝 놀랄 통계의 '이면'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월간 KAR 부동산시장 동향' 9월호에 따르면 8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9% 하락했고 서울은 4.5% 내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상승 추세와 상반된 결과로 혼란을 가중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동향과도 상반되는 결과입니다.
주택가격지수는 정부, 학계, 주택 수요자에게 중요한 지표입니다. 정부는 시장 개입 시점과 강도를 결정하기 위해 이 지수가 필요합니다. 학계에서도 주택가격지수는 시장 분석의 기초 자료로 활용됩니다. 주택 수요자들은 투자 수익률 계산 및 시장 전망을 위해 이 지수를 필수적으로 참고합니다. 그렇기에 국민은행, 부동산114, 한국부동산원 등 여러 기관이 주기적으로 주택가격지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관은 표본주택의 가격을 주기적으로 조사해 라스파이레스 방식으로 지수를 작성합니다. 라스파이레스 방식은 기준연도의 수량을 가중치로 고정한 뒤 기준연도 가격과 비교연도 가격을 대비하는 방식입니다. 조사된 가격은 실제 거래가 아닌 '시세'로 불리는 평가 가격입니다. 그러나 이 시세가 시장 상황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비판자들은 시세는 실거래가가 아니기에 주택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2005년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실거래가격을 기반으로 한 주택가격지수 작성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표본조사 방식이 사용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표본주택이 매기(每期) 거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매기 거래되는 주택의 특성 차이도 문제입니다. 이로 인한 가격 차이를 통제하지 않으면, 실거래가격을 이용한 지수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부동산 실거래가격을 즉시 반영하는 ‘부동산통합지수시스템(KARIS)’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통계도 이 시스템에 기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거래 현장에서 느끼는 시장 상황과 너무 다른 통계이기에, 주택의 특성 차이에 따른 가격 차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달에 4.5%나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은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50%가 넘는 하락이니 전혀 현실성이 없습니다. 7월과 8월의 거래 상황을 보면, 7월에 가격이 많이 오른 대장 단지들이 관망세에 접어들고, 덜 오른 단지들이 키 맞추기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8월에 거래된 아파트를 7월과 단순하게 비교하면 가격이 덜 오른 서울 중심부보다는 외곽지역, 신축보다는 구축이 거래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고 가격만 비교하면 연간 기준 50% 넘는 하락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외곽의 구축 아파트가 중심부 신축 아파트보다 저렴하게 거래됐다고 해서 집값이 하락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런 변수를 통제하지 않은 통계는 신뢰성을 떨어뜨립니다.
주택시장에 다양한 가격지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다만 모형 설정의 오류가 심각하다면 지수의 안정성 또한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최근 발표한 통계는 실거래가를 빠르게 통계화하는 목적에 치중하다 보니 모형의 안정성을 간과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주택가격지수를 작성하는 목적을 다시 검토하고, 현재 지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주택가격지수는 정부, 학계, 주택 수요자에게 중요한 지표입니다. 정부는 시장 개입 시점과 강도를 결정하기 위해 이 지수가 필요합니다. 학계에서도 주택가격지수는 시장 분석의 기초 자료로 활용됩니다. 주택 수요자들은 투자 수익률 계산 및 시장 전망을 위해 이 지수를 필수적으로 참고합니다. 그렇기에 국민은행, 부동산114, 한국부동산원 등 여러 기관이 주기적으로 주택가격지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관은 표본주택의 가격을 주기적으로 조사해 라스파이레스 방식으로 지수를 작성합니다. 라스파이레스 방식은 기준연도의 수량을 가중치로 고정한 뒤 기준연도 가격과 비교연도 가격을 대비하는 방식입니다. 조사된 가격은 실제 거래가 아닌 '시세'로 불리는 평가 가격입니다. 그러나 이 시세가 시장 상황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비판자들은 시세는 실거래가가 아니기에 주택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2005년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실거래가격을 기반으로 한 주택가격지수 작성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표본조사 방식이 사용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표본주택이 매기(每期) 거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매기 거래되는 주택의 특성 차이도 문제입니다. 이로 인한 가격 차이를 통제하지 않으면, 실거래가격을 이용한 지수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부동산 실거래가격을 즉시 반영하는 ‘부동산통합지수시스템(KARIS)’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통계도 이 시스템에 기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거래 현장에서 느끼는 시장 상황과 너무 다른 통계이기에, 주택의 특성 차이에 따른 가격 차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달에 4.5%나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은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50%가 넘는 하락이니 전혀 현실성이 없습니다. 7월과 8월의 거래 상황을 보면, 7월에 가격이 많이 오른 대장 단지들이 관망세에 접어들고, 덜 오른 단지들이 키 맞추기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8월에 거래된 아파트를 7월과 단순하게 비교하면 가격이 덜 오른 서울 중심부보다는 외곽지역, 신축보다는 구축이 거래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고 가격만 비교하면 연간 기준 50% 넘는 하락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외곽의 구축 아파트가 중심부 신축 아파트보다 저렴하게 거래됐다고 해서 집값이 하락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런 변수를 통제하지 않은 통계는 신뢰성을 떨어뜨립니다.
주택시장에 다양한 가격지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다만 모형 설정의 오류가 심각하다면 지수의 안정성 또한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최근 발표한 통계는 실거래가를 빠르게 통계화하는 목적에 치중하다 보니 모형의 안정성을 간과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주택가격지수를 작성하는 목적을 다시 검토하고, 현재 지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