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의 질주를 가로막는 빈부 격차와 교육 실패 [서평]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3월, 인도 정부는 봉쇄령을 내려 도시 간 이동을 강하게 막았다. 일자리를 찾아 시골에서 도시로 온 이주민들은 실직하고 고향에 돌아가지도 못한 채 쓰레기와 대변으로 뒤덮인 도시 강변에서 노숙해야만 했다. 봉쇄령이 시작된지 4주 뒤, '보그 인디아'는 인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무케시 암바니의 27층짜리 저택을 소개했다. 3개의 헬기장과 개인 극장, 스파, 168대의 차량을 댈 수 있는 차고 등을 갖춘 집이다. 햇살이 내리쬐는 거실에선 아름다운 바다 전망이 보인다.

인도 출신의 아쇼카 모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두 개의 인도>에서 극과 극으로 치달은 조국 인도의 현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유럽국 부국장과 와튼 스쿨 교수 등으로 일했다. 이 책은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맞이한 시점부터 오늘날까지 인도의 모습을 각종 통계와 연구, 영화 등을 인용해 펼쳐놓는다.

시장에선 인도가 '미래의 G3(주요 3국)', '넥스트 차이나'가 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 미국의 견제를 받는 중국의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제조업 부흥 정책 드라이브와 소비 증대 등으로 인도의 경제 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니프티50과 센섹스30은 글로벌 주요 지수 가운데 미국 나스닥과 S&P500을 제외하고 올 들어 가장 많이 상승했다.

반면 모디 교수는 인도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허상이라고 반박한다.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과장됐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추진 중인 새로운 산업 발전 전략은 대량 실업과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인도의 14억 인구 중 15~64세의 생산연령인구는 10억 명에 달하지만, 이중 3억3000만 명은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다. 경제활동인구의 절반 가까이(46%)는 여전히 농업에 종사한다. 하루 1.90달러조차 쓸 수 없는 극빈층도 여전히 많다.

현대 인도 경제가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독립 이후 첫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로부터 비롯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네루는 1·2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워 중화학공업 중심의 대규모 산업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중화학공업만으로는 급속히 증가하는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충분히 공급하기 어려웠다.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산업 발전 초기 노동집약적 제조업 수출을 통해 고용을 창출한 것과 대비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인도의 가장 큰 장점인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지 못한 출발은 인도경제의 발목을 아직까지 잡고 있다.
인도 경제의 질주를 가로막는 빈부 격차와 교육 실패 [서평]
인도 정부는 제철소나 비료 공장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추느라 교육, 보건 등 장기적 인프라 투자에 소홀했다. 인도의 교육열은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일부의 이야기다. 모디 교수는 "인도 학교 교육의 질은 여전히 끔찍하다"고 평가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인도 학생 가운데 글로벌 경제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읽기와 계산 능력을 갖춘 비중은 약 15%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극소수 '개천의 용'이 나올 수 있는 몇 개의 명문 대학을 제외하곤 대학 교육도 유명무실하다.

네루의 딸 인디라 간디 총리 역시 아버지의 실패를 보완하지 못했다.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자 그가 시행한 비상사태 독재는 경제 발전에 더욱 악영향을 끼쳤다. 정부 최고위층에 부패가 만연했고, 범죄자들이 의회에 입성했다. 수많은 빈곤층은 범죄에 가담하거나 그 피해자가 됐다.

저자는 인도 경제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정치가 기능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로 도덕의 실패를 꼽는다. 극심한 종교갈등을 거치며 모두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믿는 즉 공동의 발전을 중시하는 공공 윤리가 발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책에 담긴 신랄한 비판을 읽은 후엔 인도 경제의 미래가 어둡게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학자들 중 인도 경제의 미래가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많다. 인도의 민주주의는 공고하며, '정보기술(IT) 인재의 바다'라고 불릴 정도로 풍부한 IT 인력도 갖추고 있다. 저자의 부정적인 미래 관측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다만 지나간 실패의 역사를 제대로 곱씹는 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