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가 23일 서울 여의도동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임대철 기자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가 23일 서울 여의도동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임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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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미국은 지수, 국내는 종목에 집중할 때"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성공하면 내년 코스피지수가 다시 3000선을 돌파하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닙니다.”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사옥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사진)는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19.7%에 달했다”며 “중국 당국이 빠르고 적극적인 부양책을 통해 경기 진작에 성공한다면 국내 증시 향방도 달라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시기 주도 업종이었던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자력)’을 정확하게 꼽아 화제가 된 투자전략 전문가다.

○ "美대선 전 장전...윤곽 나오면 공격적 대응"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가 23일 서울 여의도동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임대철 기자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가 23일 서울 여의도동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임대철 기자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이후 불거진 경기침체론은 '기우'라고 판단했다. 미국이 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탄탄하다고 봤다. 이 이사는 "과거 금리인하는 금융위기가 왔거나 정말 경기침체가 임박해서 단행했으나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며 "기업들의 재고와 설비투자 수준을 고려했을때는 침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미국 대선도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이사는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국내 배터리주가 급등했고, 최근엔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국내 바이오주가 뛰었다”며 “대선 윤곽이 나온 뒤 새롭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라”고 조언했다. 당선된 후보의 주요 정책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과 기업을 엄선하라는 얘기다. 이 이사는 “미 대선 이후 주도주에 편승하기 위해 지금은 ‘실탄’을 장전해둘 시기”라고 했다.

○ '태조이방원' 업종 다시 돌아본다면

증권가를 뒤흔든 '반도체 겨울론'에 대해선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지난 15일 모건스탠리는 내년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과잉으로 2026년까지 반도체 불황이 닥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그 여파로 추석 이후 19일 개장한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는 장중 10% 넘게 급락했고, 삼성전자도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다. 이 이사는 "HBM은 맞춤형 반도체로 공정 난이도가 높다라는 점에서 보면 사실 공급 과잉 가능성을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의견은 존중하지만 아직 온디바이스AI 시대가 오지 않았고 최근 AI 서버 교체 주기도 빠르다. 경기부양책 효과도 내년 초에나 나타날 텐데 너무 비관적으로 볼 건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태조이방원' 업종에 대해선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했으나 주도주 구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는 "태양광은 미국, 조선은 한국이 긍정적"며 "다만 2차전지 업종은 미중 갈등 속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슬라의 지난 2분기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량은 9.4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폭증했다. 최근 ESS 냉각기 핵심 부품을 만드는 한중엔시에스의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2차전지 전방 산업인 ESS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평가했다. 방산은 이스라엘, 우크라 전쟁으로 품목별 중저가 수요가 많아지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기회가 많아졌다고 봤다. 원자력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AI 전력 수요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 "국장은 종목, 미장은 지수로 대응"

올해 반도체 투톱의 주가는 엇갈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약 30%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18% 약세를 보였다. 이제는 업종 일변도 방식으로 투자하는 시대를 저물었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는 "국내 증시에선 종목별 대응, 미국 증시에선 지수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기업 체력과 성장성에 따라 주가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 기업은 대부분 글로벌 장악력이 있기 때문에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로 대응을 하고, 국내 기업은 미중 주요 정책 등을 분석해 한국형 주도주를 찾는 방법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