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환경부 이영석 기후변화정책관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인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24.9.3. 사진=연합뉴스
환경부 이영석 기후변화정책관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인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24.9.3. 사진=연합뉴스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참여자가 늘어나고, 기업 배출권 할당 관리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9월 3일,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인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9월 4일부터 10월 14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2025년 2월 7일 시행될 배출권거래법에서 위임한 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에 관한 세부 사항을 규정하는 한편,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온 배출권 할당 취소 규정 등을 보완했다.

은행·보험사도 배출권 거래 참여

배출권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시장참여자 범위를 기존 할당 대상 업체, 시장조성자 및 배출권거래 중개회사에서 집합 투자 업자인 자산운용사, 은행 및 보험사, 기금관리자 등까지 확대하고, 향후 개인도 배출권 시장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다.

시장참여자의 배출권 거래 편의성도 대폭 개선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중개회사’는 시장참여자를 대신해 배출권 거래, 거래 신고, 계정 등록 등을 할 수 있다. 배출권거래중개회사가 갖춰야 할 구체적 요건과 역할, 준수 사항 등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시장참여자의 범위 확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배출권의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막기 위해 환경부 장관이 금융감독원의 협조를 받아 시장참여자의 배출권 거래 관련 업무와 재산 상황 등을 검사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했다.

아울러 배출권 거래 가격의 안정적 형성을 위해 시장 안정화 조치 기준 일부를 최신 가격 상황을 더욱 유연하게 반영하는 기준으로 개정·보완한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시장참여자가 확대되면 기존 할당 대상 업체 위주의 폐쇄적 시장에서 개방적 시장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되고 배출권 가격도 합리적으로 형성돼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할당 취소 기준 상향

그간 수없이 지적되어온 느슨한 배출권 할당 취소 규정도 정비한다. 현행 시행령에서는 기업의 배출량이 일정량(할당량의 50%) 이하로 감소하는 경우에만 정부가 기업에 할당된 배출권을 취소할 수 있었다. 기업들은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배출량이 줄어들면 남는 배출권을 판매해 일종의 부당이익을 취하는 구조였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할당 취소 배출량 기준을 할당량의 50%에서 15%로 상향해 정부의 배출권 할당 관리를 강화했다. 이를 통해 별도의 노력 없이도 잉여 배출권을 판매해 이익을 얻는 등 기업의 감축 노력을 저해할 수 있는 현행 규정을 개선했다. 다만, 할당 취소 규정 강화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배출량 감소 정도에 따라 구간을 나눠 할당 취소량을 달리 정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자발적 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의 세부 요건, 온실가스 검증협회의 허가 요건 및 업무, 배출권거래법에서 위임한 과태료 부과 세부 기준 등 위임 사항을 규정하고 검증기관의 유효기간, 검증심사원의 전문 분야 등 고시로 정한 사항을 상향 입법해 법령의 명확성을 높였다. 환경부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2월 7일부터 개정된 배출권거래법 시행령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영석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배출권 할당 관리를 강화해 기업이 실질적으로 배출량을 감소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배출권 시장을 금융시장처럼 개방적이고 활성화된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과 금융을 연계한 배출권 시장이 기업이 기후 기술을 도입하는 데 필요한 탄소가격의 적정한 신호를 제시하고, 나아가 새로운 탄소산업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주식처럼 거래한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하기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환경부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한국거래소, 코스콤과 지난 6월 26일 ‘온실가스 배출권 위탁거래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내년 상반기 온실가스 배출권 위탁거래 시행을 앞두고 각 기관이 보유한 전문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정적 온실가스 배출권 위탁거래 시스템을 구축·추진하기 위해 체결됐다.

지난 1월 9일 배출권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었으며, 이에 따라 배출권거래 중개업이 신설되고 위탁거래 근거가 마련됐다. 환경부와 소속기관인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배출권 거래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며, 배출권 등록부를 통해 배출권 거래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배출권 등록부는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 할당 대상 업체의 온실가스 배출량 등에 관한 사항을 등록·관리하기 위한 전자적 방식의 등록부로,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위임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014년부터 배출권 거래소로 지정되었으며, 이번 위탁거래 시스템 도입에 따라 매매 체결 및 청산결제 안정성을 최우선 목표로 기존 제도 및 시스템을 개선할 예정이다.

코스콤은 현재 운영 중인 호가 입력 시스템과 더불어 배출권 위탁거래 시스템을 위한 정보통신(IT) 기반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배출권 위탁거래는 지난해 9월 제18차 배출권 할당위원회에서 공개된 ‘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배출권 거래에 위탁거래가 도입되면 증권사를 통해 배출권 위탁거래를 할 수 있어 기업이 쉽고 편리하게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는 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 등 배출권을 거래하려는 시장참여자가 배출권 거래소(한국거래소)를 통해 직접 거래할 수 있다.

특히 할당 대상 업체, 시장조성자 외 배출권 거래 시장 참여자를 제3자로 점차 확대하려면 위탁거래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환경부는 배출권 위탁거래가 도입되고 시장참여자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면 배출권 거래량이 늘어나고 배출권 거래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용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배출권 거래 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위탁거래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등 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