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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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서 한국 알테오젠과 미국 할로자임이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기술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사의 SC 제형 변경 기술은 환자의 편의성 증대뿐만 아니라 블록버스터의 특허를 연장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30일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에 따르면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은 17조7000억원을 횡보하고 있다. 이는 코스닥 상장사 시가총액 1위이다.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할로자임의 시가총액은 72억1000만 달러(9조5000억원)다.

환자 편의성 증대, 빅파마 특허 연장 무기

알테오젠과 할로자임의 기업가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은 정맥주사(IV) 제형을 SC제형으로 바꿔주는 기술인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이다. 이 기술은 세계에서 알테오젠과 할로자임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기술을 알테오젠은 ‘하이브로자임(Hybrozyme)’, 할로자임은 ‘인핸즈(ENHANZE)’라고 부르고 있다.

자연 상태의 피하 조직은 히알루론산의 밀도가 높다. 히알루론산은 피하에 약물이 일정 양 이상 전달할 수 없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항체치료제, 펩타이드 등 많은 의약품들이 이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IV로 투약한다.

반면 알테오젠과 할로자임의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는 국소 부위의 히알루론산을 일시적으로 분해해 피하에 공간을 만들어 준다. 약물의 투약 저항성을 줄여 더 빠르고 많은 양이 혈관으로 확산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분자가 큰 항체치료제도 SC제형으로 투약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에서 양사의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우선 IV제형을 SC제형으로 변경하면 환자의 투약 편의성이 크게 증가한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일 경우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자가 투약이 가능하다.

항암제는 투약 시간을 대폭 줄여준다. 대표 사례는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이다. J&J는 할로자임의 인핸즈 기술을 적용해 리브리반트 SC제형을 개발했다. 리브리반트 IV제형과 유한양행 렉라자(레이저티닙) 병용은 투약 시간이 5시간이다. 반면 리브리반트 SC제형과 렉라자의 병용 투약시간은 5분에 불과하다.

또 빅파마가 보유한 블록버스터(단일 품목 연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의 특허를 연장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기존 IV제형의 의약품에 SC 전달을 위해 하이브로자임과 인핸즈를 결합해 만든 제품은 새로운 특허를 받을 수 있다. 효소의 농도, 제조 방법, 제형의 안정화 등 다양한 특허를 구축할 수 있다. 물질특허 만료 후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직면하더라도 기존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데 도움된다. 즉 SC제형으로 특허 연장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

할로자임, 상업화 제품 9개알테오젠, ADC 등으로 추격

할로자임은 세계 최초로 SC제형 변경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한 만큼 이미 상업화에 성공한 의약품이 많다. 지난해 매출 1조1000억원, EBITDA 56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6%, 19% 증가했다. 이 중 로열티에서만 매출 5900억원을 올렸다.

할로자임의 인핸즈를 활용한 SC제형은 100개 이상의 글로벌 시장에서 9개의 상용화된 제품, 80만명 이상의 환자에게 투약했다. 상업화 품목은 다잘렉스(개발사 J&J), 페스코(로슈), 오크레부스(로슈), 브가르트 히트룰로(아르젠엑스), 하일레넥스(할로자임, 다른 주사 약물의 분산 및 흡수를 증가시키는 보조제로 사용), 허셉틴(로슈), 리툭산(로슈), 하이큐비아(다케다), 티쎈트릭(로슈) 등이다.

특히 지난달 품목허가에 성공한 티쎈트릭 SC제형은 PD-(L)1 억제제에 대한 최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다. IV 주입에는 30~60분이 걸렸지만, SC제형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7분 만에 투약할 수 있다.

내년까지 두 개의 상용화 제품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BMS 옵디보는 연내 FDA 승인의 가능성이 높다. J&J 아미반타맙 SC와 유한양행 렉라자 병용은 내년 1분기 중 FDA 승인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할로자임은 2027년과 2028년 매출 2조원, EBITDA는 1조3000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알테오젠은 할로자임보다 후발주자이다. 강점은 특허 만료일이다. 알테오젠의 하이브로자임의 특허만료일은 2030년대 후반에서 2040년으로 예상한다. 할로자임의 인핸즈는 미국 특허 2027년, 유럽에서 2029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인핸즈의 특허가 미국과 유럽에서 풀리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블록버스터의 특허를 방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힘들다.

알테오젠은 FDA 승인 기준 상용화에 성공한 제품은 아직 없다. 지난해 매출 965억원, 영업적자 97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허가를 받은 제품은 테르가제가 있다. 테르가제는 할로자임의 하일레넥스와 마찬가지로 다른 주사 약물의 분산 및 흡수를 증가시키는 보조제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내년 하이브로자임을 활용한 첫 블록버스터의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세계 1위 매출 의약품 MSD 키트루다이다. 키트루다는 2028년 IV제형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MSD는 바이오시밀러 공격 방어와 특허 연장의 목적으로 키트루다 SC제형을 개발 중이다. 키트루다 SC제형은 글로벌 임상 3상 중이며, 내년 FDA 승인이 목표이다.

특히 알테오젠은 세계 최초로 항체약물접합체(ADC) SC제형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ADC 플랫폼은 차세대 항암제이며, 글로벌 기술수출 시장을 휩쓸고 있다. 알테오젠은 2028년까지 ADC SC 제형을 시장에 내놓는 게 목표이다. 할로자임은 아직 공식적으로 ADC SC 개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할로자임 특허 연장 전략…알테오젠엔 변수

할로자임의 가장 큰 과제는 인핸즈의 특허 만료이다. 인핸즈의 핵심 특허는 2000년대 초반에 출원됐다. 2020년을 기점으로 인핸즈의 특허가 만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할로자임은 특허 방어 전략을 구축해 미국 2027년, 유럽 2029년까지 연장에 성공한 상태이다. 이 중 2029년 유럽 특허 연장에 성공한 제조방법과 관련된 특허는 아직 미국에서 특허 등록을 진행 중이다.

알테오젠은 할로자임 인핸즈의 특허 만료가 변수로 꼽힌다. 수혜 또는 악재로 작용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허가 만료된 인핸즈는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빅파마에게 인핸즈는 특허 방어 전략으로 매력도가 떨어지지만 이익면에서는 장점이 있다. 하이브로자임은 IV제형의 특허 방어 전략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9월 30일 08시 21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