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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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6~8알은 먹는 것 같은데요. 편두통을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3년 차 직장인 김모 씨의 가방에는 늘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 등 소염진통제가 있다. 그는 "월경 기간마다 두통이 심해져 약을 대비해두는 편"이라며 "몇 년째 겪고 있지만 주변에도 두통을 겪는 이들이 많아 병원에 가볼 생각은 못 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은 두통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3일 대한두통학회가 직장인 플랫폼 '리멤버'와 함께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통으로 업무에 지장을 경험한 직장인이 78%에 달했으며 한 달에 8일 이상 두통을 경험한 직장인도 무려 103명으로 집계돼 20%를 차지했다. 상당수의 직장인이 두통으로 불편을 겪고 있지만 정작 두통으로 병원에 방문하는 이는 4.4%에 불과했다.

이에 의료계에선 두통의 양상에 따라 의심되는 질환이 다르므로 잦은 두통을 느끼는 경우 병원에 방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두통은 크게 1차성 두통과 2차성 두통으로 나뉜다. 1차성 두통은 뇌에 특별한 이상 없이 발생하는 일반적인 두통으로, 관자놀이와 같이 측두부가 지끈거리는 느낌이 든다.

대한두통학회의 두통 양상 분석 결과에 따르면 두통을 호소하는 직장인 가운데 68.8%(334명)는 '편두통'을 앓고 있었는데, 편두통 역시 1차성 두통에 속한다.

편두통을 유발하는 인자는 △스트레스, △카페인, △음주, △급격한 기온·기압 변화가 대표적이며 여성의 경우 월경 전 증후군으로 두통을 겪기도 한다.

편두통의 발생 원리로는 두피를 지나는 혈관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면서 통증 유발 물질을 방출시킨다는 이론이 학계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

반면 2차성 두통은 뇌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두통을 이른다. 뇌출혈, 뇌종양, 뇌막염 등이 원인이다. 이 경우 1차성 두통보다 통증의 강도가 훨씬 세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뇌막염에 의한 두통의 경우 목덜미가 뻣뻣해지는 느낌이 들고 경련이 동반되기도 한다.

2차성 두통의 경우 MRI나 CT 검사를 통해 기저 질환을 확인하고, 두통을 일으키는 뇌 속 원인을 제거하면 두통도 없어진다. 김명진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두통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9할은 1차성 두통으로 판명 난다"면서도 "2차성 두통은 사망률이 높은 질환과 관련 있어 병원에 빠르게 방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편두통 등 1차성 두통의 치료법과 관련해선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두통이라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기, 소음, 특정 활동 등 사람마다 편두통을 일으키는 요인이 다르다"며 "스스로 편두통이 왜 일어났는지 파악해보고 해당 요인을 제거해보는 방식으로 생활 습관을 통해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뇌에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만큼 심각하고 반복적인 편두통을 겪는 환자도 많다"면서 "이 경우 일반적인 진통제로 해결이 어려우므로 처방을 통해 복용할 수 있는 편두통용 특수 약물 치료를 권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