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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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로더의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세럼을 즐겨 썼지만, 올해 급여 삭감이 시작되면서 주요한 성분이 비슷한 타사 제품으로 갈아탔습니다. 가격 차이만 5배 가까이 납니다."

24일(현지시간) 중국 남서부 초등 수학 교사인 신신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20% 이상의 급여 삭감을 당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CNN도 "중국 Z세대들은 핵심 명품 소비자였으나 최근에는 점점 더 저렴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인구) 사이에서 '듀프'(Dupe) 소비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높은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이나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의 청년층을 중심으로 듀프 소비가 주목받으면서 경기 침체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듀프란 복제품(duplication)을 의미하는 영단어를 줄인 말로 프리미엄 또는 고급 소비재의 디자인 또는 특정 기능을 모방한 제품을 뜻한다. 품질이 비슷한 가성비 '대체품' 개념으로 로고까지 베끼는 위조품과는 차이가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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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들은 저렴한 복제품을 사고선 자랑하는 일련의 과정까지 듀프 소비의 일부로 본다. 27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듀프'로 게시된 사진과 영상은 37만5000개에 달할 정도다. 이들은 비슷한 색감을 내는 저렴한 화장품을 찾는가 하면, 레깅스 등 의류까지 비슷한 소재의 저렴한 제품을 구매한다. 최근에는 물가가 저렴한 대체 여행지를 찾는 움직임도 듀프 소비의 일환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 WSJ는 '룰루레몬의 듀프'가 젊은 층에게 관심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 매체는 룰루레몬 대신 짐샤크(Gymshark), 할라라(Halara) 등 가성비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14분기 연속 매출이 15% 이상 증가했던 룰루레몬은 올해 3월부터 미국 내에서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위에서부터) 룰루레몬의 레깅스 판매 페이지와 미국 젠지세대 사이에서 룰루레몬의 듀프 제품으로 각광받는 짐샤크 레깅스 판매 페이지. 할인 품목이 아닌 제품끼리 비교해도 4만원가량 가격차가 벌어진다. /사진=각 판매 페이지 캡처
(위에서부터) 룰루레몬의 레깅스 판매 페이지와 미국 젠지세대 사이에서 룰루레몬의 듀프 제품으로 각광받는 짐샤크 레깅스 판매 페이지. 할인 품목이 아닌 제품끼리 비교해도 4만원가량 가격차가 벌어진다. /사진=각 판매 페이지 캡처
여행 전문기업 익스피디아 그룹은 이달 발간한 '2024년 여행 동향 보고서'를 통해 '듀프 여행지'를 꼽기도 했다. 특히 익스피디아는 서울의 듀프 여행지로 대만의 타이베이를 꼽으면서 "서울 대비 물가가 저렴한 데다 첨단 기술, 화려한 밤 문화, 다양한 음식 문화 등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 일본 삿포로는 스키 애호가들이 찾는 스위스 체르마트의 대안으로 권장됐으며 태국 파타야는 물가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유로 수도인 방콕의 듀프 여행지로 꼽혔다.

듀프 소비 문화의 확산과 관련,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경기에 따른 소비행태로, 소득에 불안을 느끼는 청년층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요노족' 등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움직임 보이는 등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소비 트렌드가 포착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무분별한 창작물 모방이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미국 시장조사업체 와이펄스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 응답자의 69%는 "복제품이 큰돈 들이지 않고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좋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이 교수는 "듀프 제품의 경우 법망을 피해 로고만 복제하지 않는 식으로 디자인 등 외형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초기 제작자의 창작 의욕을 떨어뜨려 업계 전반의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며 소비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