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진보와 변화를 위해 계속 질문을 던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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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박광수 신임 이사장 인터뷰
'부산영화제 사태' 이후 바꾸고 싶은 것들
프로그램 선정에 관여하지 않지만
개막작 <전, 란>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는 기준을 명시하는 것이
내년 영화제를 앞두고 가장 신경쓰는 부분
부산국제영화제 박광수 신임 이사장 인터뷰
'부산영화제 사태' 이후 바꾸고 싶은 것들
프로그램 선정에 관여하지 않지만
개막작 <전, 란>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는 기준을 명시하는 것이
내년 영화제를 앞두고 가장 신경쓰는 부분
올해로 부산국제영화제가 29회를 맞았다. 작년, 내부 분열로 인한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퇴, 그리고 그에 따른 이용관 이사장의 해임 등 여러 가지 부침을 겪은 영화제는 새로운 이사진과 집행위원들로 조직을 재구성했다.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앞두고 부임 후 첫해를 맞는 박광수 이사장과 올해, 그리고 앞으로 영화제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부산국제영화제가 만들어질 당시에도 구성원 중에 한명이었다. 어떤 계기로 국제영화제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나.
"당시 영화제를 만들고자 모였던 이용관 교수, 전양준 평론가 등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나의 작품으로 해외영화제를 많이 다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에게 자문을 구했다. 사실 영화제를 할 마음은 없었는데 당시 다리 수술을 하게 되면서 영화 촬영이 미뤄졌고, 그렇다면 영화제에 도움을 줄 수 있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부위원장으로 영화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난 3년 정도 일하다가 어느 정도 영화제가 안정화되었을 때 떠났다."
▷ 부산국제영화제의 부위원장으로 연을 맺은 후 오랜 시간이 흘러 귀환했다. 이사장으로 귀환한 소감은 어떤가.
"소감 같은 건 없다 (웃음). 영화제로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그간 다른 영화제에서도 제안이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난 영화 준비를 계속하고 있었기에 영화제에 적을 두지 않은 것이다."
▷ 아무래도 다시 귀환하게 된 것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탄생에 적지 않은 노력을 했고, 그런 것에 대한 애착 같은 것이 작용했을 것 같다.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 (웃음). 다만 영화제의 주요 직책들이 비워지고, 조직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했을 때 영화제를 걱정하는 사람들 (나도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몇 명이 날 찾아왔다. 그중 한 명이 부산국제영화제에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영화제를 살리겠다고 몇 달 동안 논의를 하고 있는데 감독님은 왜 도와주지 않으시냐고 물었다. 그 물음이 날 움직였던 것 같다. 공감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 집행위원장 사임과 이사장의 해임을 둘러싸고 '부산영화제 사태’로 불릴 정도로 많은 부침이 있었다. 이후에 부임해 오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
"부담이라기보다는… 좀 놀랐다. 일단 내가 30여년 전에 영화제를 시작했을 때와 달라진 것이 별로 없었다. 진보나 변화 같은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런 것에 대해 방향을 잡고 계속 질문을 던지는 노력들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가장 내가 현재 바꾸고 싶은 부분들이다." ▷ 운영에 있어 올해 영화제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어떤 것인가.
"사실 내가 합류했을 때는 이미 올해 영화제를 치르는 데 있어 상당 부분 진행이 된 상태였다. 나는 그것들을 서포트를 해주면 되는 입장이었다. 다만 조직의 구성과 구조 (예를 들어 프로그래머가 이렇게 많아야 하는 것인지 등)에 있어서 난 조금 다른 비전과 방향을 가지고 있고, 그런 것들을 앞으로의 영화제에서 실현하는 것이 단기간의 목표다."
▷ 이번 개막작을 넷플릭스 영화 <전, 란>으로 선정한 것에 영화계에서의 논쟁이 있었다. 너무 상업적인 선택이 아닌가하는 비판도 적지 않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인가?
"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특히 올해 영화제에 관련해서는 내가 (뒤늦게 합류하여) 크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의 진정한 목표는 현재 영화제의 운영 방향이나 문제점, 그리고 내부에서 있었던 이슈 등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해결해서 내년 영화제를 기점으로 반영해 나가는 것이다. 올해 개막작에 대해서 굳이 이야기하자면 난 <전, 란>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영화제는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충분히 대중 친화적이고 영화 자체로도 수려한 영화라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이사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칸이나 베를린 같은 메이저 영화제를 순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오랜만에 세계 영화제를 둘러보니 다른 점이나 주목할 만한 지점이 있던가.
"칸영화제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매우 높이 평가하는 것이 놀랍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또한 우디네 극동영화제가 기억에 남는다. 이번에 처음 방문했던 영화제인데 최근 들어 아시아 영화를 중점으로 하는 영화제가 늘어나고 있고, 특히 유럽이나 북미 등 서양 관객들에게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결정적으로 보여준 영화제다. 우디네에서 한국 영화와 영화인들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던 것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었다."
▷ 내년 영화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 행사에 있어 가장 큰 사안은 어떤 것인가?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부산에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는 규정이나 정관이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매우 신중하게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더 신경을 쓸 계획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메이저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다만 집행위원장의 임명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사태와 프로그래밍의 질적 저하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 등 영화제는 적지 않은 해결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영화산업의 극심한 하락은 영화제의 부활을 어느 때 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기다리게 한다. 그럼에도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닌가. 90년대 중반부터 세계적인 스케일로 부상하기 시작한 ‘코리안 시네마’는 현재 전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K-무비·K-콘텐츠로 확장했고 그 근간에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있었다. 그 어느 때 보다, 관객의 사랑과 응원이 영화제를 가득 채우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당시 영화제를 만들고자 모였던 이용관 교수, 전양준 평론가 등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나의 작품으로 해외영화제를 많이 다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에게 자문을 구했다. 사실 영화제를 할 마음은 없었는데 당시 다리 수술을 하게 되면서 영화 촬영이 미뤄졌고, 그렇다면 영화제에 도움을 줄 수 있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부위원장으로 영화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난 3년 정도 일하다가 어느 정도 영화제가 안정화되었을 때 떠났다."
▷ 부산국제영화제의 부위원장으로 연을 맺은 후 오랜 시간이 흘러 귀환했다. 이사장으로 귀환한 소감은 어떤가.
"소감 같은 건 없다 (웃음). 영화제로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그간 다른 영화제에서도 제안이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난 영화 준비를 계속하고 있었기에 영화제에 적을 두지 않은 것이다."
▷ 아무래도 다시 귀환하게 된 것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탄생에 적지 않은 노력을 했고, 그런 것에 대한 애착 같은 것이 작용했을 것 같다.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 (웃음). 다만 영화제의 주요 직책들이 비워지고, 조직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했을 때 영화제를 걱정하는 사람들 (나도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몇 명이 날 찾아왔다. 그중 한 명이 부산국제영화제에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영화제를 살리겠다고 몇 달 동안 논의를 하고 있는데 감독님은 왜 도와주지 않으시냐고 물었다. 그 물음이 날 움직였던 것 같다. 공감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 집행위원장 사임과 이사장의 해임을 둘러싸고 '부산영화제 사태’로 불릴 정도로 많은 부침이 있었다. 이후에 부임해 오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
"부담이라기보다는… 좀 놀랐다. 일단 내가 30여년 전에 영화제를 시작했을 때와 달라진 것이 별로 없었다. 진보나 변화 같은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런 것에 대해 방향을 잡고 계속 질문을 던지는 노력들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가장 내가 현재 바꾸고 싶은 부분들이다." ▷ 운영에 있어 올해 영화제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어떤 것인가.
"사실 내가 합류했을 때는 이미 올해 영화제를 치르는 데 있어 상당 부분 진행이 된 상태였다. 나는 그것들을 서포트를 해주면 되는 입장이었다. 다만 조직의 구성과 구조 (예를 들어 프로그래머가 이렇게 많아야 하는 것인지 등)에 있어서 난 조금 다른 비전과 방향을 가지고 있고, 그런 것들을 앞으로의 영화제에서 실현하는 것이 단기간의 목표다."
▷ 이번 개막작을 넷플릭스 영화 <전, 란>으로 선정한 것에 영화계에서의 논쟁이 있었다. 너무 상업적인 선택이 아닌가하는 비판도 적지 않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인가?
"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특히 올해 영화제에 관련해서는 내가 (뒤늦게 합류하여) 크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의 진정한 목표는 현재 영화제의 운영 방향이나 문제점, 그리고 내부에서 있었던 이슈 등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해결해서 내년 영화제를 기점으로 반영해 나가는 것이다. 올해 개막작에 대해서 굳이 이야기하자면 난 <전, 란>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영화제는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충분히 대중 친화적이고 영화 자체로도 수려한 영화라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이사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칸이나 베를린 같은 메이저 영화제를 순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오랜만에 세계 영화제를 둘러보니 다른 점이나 주목할 만한 지점이 있던가.
"칸영화제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매우 높이 평가하는 것이 놀랍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또한 우디네 극동영화제가 기억에 남는다. 이번에 처음 방문했던 영화제인데 최근 들어 아시아 영화를 중점으로 하는 영화제가 늘어나고 있고, 특히 유럽이나 북미 등 서양 관객들에게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결정적으로 보여준 영화제다. 우디네에서 한국 영화와 영화인들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던 것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었다."
▷ 내년 영화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 행사에 있어 가장 큰 사안은 어떤 것인가?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부산에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는 규정이나 정관이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매우 신중하게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더 신경을 쓸 계획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메이저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다만 집행위원장의 임명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사태와 프로그래밍의 질적 저하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 등 영화제는 적지 않은 해결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영화산업의 극심한 하락은 영화제의 부활을 어느 때 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기다리게 한다. 그럼에도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닌가. 90년대 중반부터 세계적인 스케일로 부상하기 시작한 ‘코리안 시네마’는 현재 전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K-무비·K-콘텐츠로 확장했고 그 근간에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있었다. 그 어느 때 보다, 관객의 사랑과 응원이 영화제를 가득 채우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