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안성재 셰프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연출 김학민, 김은지)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안성재 셰프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연출 김학민, 김은지)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이렇게 대단한 셰프님들을 어떻게 섭외하셨을까요?"
"신기하게도 이분들이 한결같이 해준 얘기가 '요식업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거였습니다. 단순히 '프로그램 잘 만들자', '성공하자' 이런 단순한 개인의 목표로 시작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면서 그 마음이 느껴지고, 어느 순간부터 저도 도움이 되길 바랐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 제작발표회에서 나온 질문에 연출자인 김학민 PD가 한 말이다. 이들의 바람은 지난 17일 첫 공개 이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중식 셰프들의 스승으로 '그랜드 마스터'로 불리는 여경래 셰프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어딜 가도 '흑백요리사' 얘기만 하는 거 같다"며 "가게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정신이 없고, 고무적이고,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흑백요리사' 대결 메뉴로 리조또가 나와서인지 오늘 리조또 주문이 엄청 많다"며 "리뷰도 '흑백요리사' 보고 주문했다고 하는데, 파스타 집들도 어느 정도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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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을 담았다. 요리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모수 서울' 셰프 안성재가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흑백요리사'가 사랑받으면서 '흑백요리사' 경연 메뉴를 내놓는 곳도 있다. 팀전 대결에서 양질의 재료를 미리 선점해 상대 팀의 멘탈을 뒤흔들고, 부족한 재료는 스스로 나서 상대 팀에 가 얻어 오는 '우리 팀일 땐 든든하지만, 상대 팀이면 너무 싫은' 리더십을 보여준 최현석 셰프는 1대1 블라인드 대결에서 내놓은 장트리오(된장, 간장, 고추장) 미션 메뉴를 자신이 메인 셰프로 있는 쵸이닷을 통해 선보인다고 밝혔다. 쵸이닷 측은 공식 SNS를 통해 "맥된장을 발라 구워낸 한우 채끝, 트뤼프 간장 깍두기, 고추장 에스푸마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스테이크에 두 가니쉬를 곁들인 장트리오 디쉬를 곧 쵸이닷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사진=초이닷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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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1 대결에서 승리한 흑수저철가방 요리사(임태훈 셰프)가 큰절을 할 정도로 존경심을 드러낸 여경래 셰프가 있는 홍보각에서도 미션 메뉴였던 두반장 소꼬리찜을 선보인다고 안내했다. 다만 해당 메뉴는 준비에 시간이 걸려 "2~3일 전에 예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메뉴를 내놓기 쉽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국내 최초 여성 중식 스타 셰프로 꼽히는 티엔미미의 정지선 셰프도 유튜브 채널 '흑백리뷰'에 출연해 "미션 메뉴 판매인 '시래기바쓰' 출시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시래기가 관리와 보관이 굉장히 힘들고, 질긴 맛을 조절하는게 어려웠다"며 "한식 하는 분께 자문해 베이킹소다를 쓰게 됐는데, 이걸 너무 많이 쓰면 (시래기가) 녹아 버려 잘 써야 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그런데도 '흑백요리사'에서 셰프들의 놀라운 능력을 실제로 맛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경연 과정에서 주목받은 출연자들의 식당은 이미 다음 달 예약까지 모두 가득 찬 상황이다. 백수저로 등장한 최강록 셰프의 식당의 경우 식당 예약 앱 캐치 테이블 예약 창이 열리자마자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접속해 1분 만에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흑백요리사' 참가자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리스트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고, "'흑백요리사' 도장 깨기를 한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사진=캐치테이블 캡처
/사진=캐치테이블 캡처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흑백요리사' 출연진이 일하고 있는 식당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지도 서비스 안에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 식당 리스트'를 신설했다. 서바이벌 예능인 '흑백요리사'에서 상위 20위 안에 들지 못한 '흑수저 셰프'들의 식당도 함께 볼 수 있다. 또한 네이버 지도를 통해 곧바로 예약할 수 있도록 별도의 페이지도 개설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카카오맵은 '흑백요리사 식당' 128곳 리스트를 만들어 26일 공유했다. 하나하나 식당을 즐겨찾기할 필요 없이 리스트를 구독만 하면 된다. 카카오맵의 컬러순 정렬 기능을 이용하면 '흑수저', '백수저' 셰프의 식당을 분리해서 볼 수도 있다. 해당 리스트가 나온 지 반나절이 채 되지 않아 즐겨찾기 구독자만 3400명을 넘어섰고, 5만5000명이 넘게 조회했다.

'흑백요리사'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이들을 찾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리란 관측이다.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흑백요리사'는 16일부터 22일까지 380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TV 비영어 부문 1위를 달성했다. 또 다른 OTT 순위 전문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25일 기준 미국에서도 6위에 오르면서 주목받았다. 지난 22일 8위로 처음 미국 TOP 10에 진입한 후 상승세를 보이면서 앞으로의 순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화제성 역시 압도적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에서 발표된 9월 3주차 TV-OTT 통합 조사 결과 드라마와 비드라마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5만 점에 가까운 점수라는 역대급 기록을 이뤄냈으며, 출연자 화제성 조사에서도 TV-OTT 통합 비드라마 1위(백종원), 2위(안성재), 3위(최강록) 등 상위권 순위를 싹쓸이했다.

'흑백요리사'의 이러한 흥행에 대해 제작진도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흑백요리사' 측은 "정답이 없는 '맛'의 세계에서 '요리에 진심'인 프로 셰프들의 대결 구도가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계급을 넘어서야 하는 흑수저 셰프들과 계급을 증명해야 하는 백수저 셰프들의 물러설 수 없지만, 서로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있는 '맛' 대결은 박진감 넘치면서도 품격 높은 서바이벌로 사랑받고 있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흑백요리사'는 오는 1일 8회부터 10회까지, 8일 최종 11회와 12회가 공개된다. 패자부활전 편의점 미션과 더 극적인 TOP8 결정전이 예고돼 관심이 집중되면서 "우승자 함구령"까지 내려진 상황이다.

하재근 평론가는 "일반 요리사와 스타 요리사의 격돌 자체가 관심을 끌만한 프레임이고, 그 속에서 기존의 유명한 요리사와 뜨는 가게의 요리사들이 어느 정도 요리를 하는지 사람들이 궁금해했는데 그걸 충족시켜주고, 새 요리사가 스타 요리사를 넘어서는 모습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가고 대리만족을 주는 거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기로 한식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완성도 높은 콘텐츠가 등장하니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는 것"이라며 "박진감 넘치는 구성에 고수와 도전자라는 계급 상황을 확실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직관적이고 쉽고 재밌게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핫플', '맛집' 방문이 하나의 문화가 되는데, '흑백요리사'는 사람들에게 좌표를 찍어주는 거 같다"며 "트렌드를 이끄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