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범준 기자
사진=김범준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업황 고점론’이 불거지면서 나타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 추세가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계기는 나왔다.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다. 증권가에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길게 이어질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SK하이닉스는 18만3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6일부터 2거래일 만에 11.19%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22% 상승해 6만4200원을 기록했다.

마이크론이 기대 이상의 지난 분기(6~8월) 실적과 이번 분기(9~11월)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를 내놓은 덕이다. 마이크론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체들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내기에 ‘메모리반도체 업황의 카나리아’로 불린다.

마이크론의 2024회계연도 4분기 주당순이익(EPS)은 1.18달러로, 시장 전망치 1.11달러를 웃돌았다. 2025회계연도 1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85억~89억달러로 제시해 시장 전망치(82억3000만달러)를 상회했다.

증권가에선 마이크론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계기로 시작된 반도체 대형주의 반등이 이어질 가능성을 점친다. 마이크론 실적 발표 전부터 반도체 대형주들의 낙폭이 과하다는 분석이 제기돼왔고, 과도한 하락을 촉발한 우려를 마이크론의 실적이 해소해줬다고 본 것이다. 27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는 7월9일의 8만7800원 대비 26.88%, SK하이닉스는 7월11일의 24만1000원 대비 23.73% 하락했다.

주가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우려는 엔비디아 인공지능(AI) 가속기 판매량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경기침체와 AI 투자에 따른 수익 창출 불확실성으로 빅테크기업의 AI 투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엔비디아 주가도 출렁였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이번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HBM) 시장이 내년에는 최소 25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약 180억달러)보다 40%가량 성장한다는 것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AI 가속기 한 대에 들어가는 HBM 탑재량이 늘어난다”며 “동일 수량의 가속기가 팔린다는 전제에서도 30% 중반 이상의 용량 기준 수요 증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 본격 진출하더라도 경쟁이 격화돼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익성 악화 우려는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는 제목의 SK하이닉스 매도 리포트의 핵심 논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HBM 공정 난이도 증가를 감안하면 업계의 평균 수율이 급격히 상승하기 어렵다”며 “내년에도 3% 수준의 초과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용 D램 시황도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엔 수요업계에 기존 버전인 DDR4 재고가 남아 있어 수요가 흔들리고 있지만, 생산량(공급)도 함께 줄고 있다고 삼성증권은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범용 D램 가격이 약세일 수 있지만, 약한 시기는 짧게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새로운 버전인 DDR5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황 연구원은 “D램을 구입하는 업계에서는 AI로 인해 변화될 환경에 대비해 DDR5와 LPDDR5(저전력 제품)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구매에 나설 것”이라며 “가격이 비싼 DDR5 중심으로 매출 구성이 변해간다는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