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휴가 쓰더니 SNS 사진엔…" 연휴에 갈등 폭발한 사연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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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후유증으로 '생리휴가' 갈등…인사담당자들 '골머리'
"유급으로 전환한 기업에선 갈등 더 심해"
"남직원도 '복지 포인트' 등 혜택 달라" 요구 늘어
여직원들은 "남자도 담배타임" 주장에 갈등 확산
"갈등 논란에 유급생리휴가를 부담으로 느끼는 기업 많아"
"유급으로 전환한 기업에선 갈등 더 심해"
"남직원도 '복지 포인트' 등 혜택 달라" 요구 늘어
여직원들은 "남자도 담배타임" 주장에 갈등 확산
"갈등 논란에 유급생리휴가를 부담으로 느끼는 기업 많아"
한 유통 대기업의 노무팀장 A씨는 지난 추석 연휴 이후 보건휴가(생리휴가)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한 부서의 여직원들이 연휴 전에 붙여서 생리휴가를 단체로 썼는데 졸지에 일을 떠맡은 같은 부서 남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A팀장은 "우리 회사는 생리휴가가 유급이라 남직원들의 반발이 더 심하다"며 "명절·연휴 때 인력 관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선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견 IT기업도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마감에 쫓겨 한창 바쁜 가운데 한 여직원이 생리휴가와 연차를 징검다리 연휴에 붙여 쓰더니 SNS에 남자친구와 여행을 간 사진을 자랑하면서다. 인사팀장 B씨는 "이걸 본 다른 직원들이 문제 삼자 여성인 대표가 이 직원에게 경고했는데, 이 직원이 사생활 침해와 괴롭힘으로 신고하겠다고 해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모 항공사의 대표는 1년동안 승무원 15명이 138차례 신청한 생리휴가를 받아주지 않아 기소됐고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았다(2021도1500).
근로기준법에는 생리휴가를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쓸 수 있는지 상세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휴일 전후 특정일에 집단 사용'하거나 '주말에 붙여 사용'하는 사례는 흔한 직장 내 갈등 소재다.
기본적으로 고용부는 "생리휴가일은 사실상의 생리 여부에 따라 부여되므로 실제 생리 기간이 아닌 날에 사용할 수 없다"며 "사전 청구 없는 일방적 사용은 권리의 남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정부24). 또 "생리현상에 따라 부여하는 것이므로 월차 등과 달리 적치·분할 사용할 수 없다"고 안내한다. 무단결근 이후 생리휴가를 주장하는 것은 인정될 수 없고 이월하거나 며칠에 걸쳐 나눠 사용하는 것도 안 된다는 의미다.
생리휴가 사용자의 범위도 종종 논란이 된다. 올해 초 온라인에서는 "자궁 적출을 한 여성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썼다" "임신했다는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썼다"는 게시글이 논란이 됐다. 최근 모 마트에서도 50대 후반 여성 직원들이 조합 활동을 하겠다며 집단 보건휴가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고용부는 "임산부, 폐경, 자궁제거 등 '생리현상이 없는 자'는 생리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생리현상 존부를 증명하기 쉽지 않은 점도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다. 지난 2020년 한 공공기관 고객센터에선 관리자가 "다른 회사에선 생리대를 찍어오라고 한다"며 증빙을 요구했다가 논란이 됐다.
고용부는 "생리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입증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진단비용 등을 부담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비용을 부담하고 입증을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사실상 쉽지 않다. 법원은 "생리휴가를 청구할 때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지적한다(2017고정1337, 2021도1500에서 확정). 특히 "여성 근로자의 생리휴가 청구가 휴일·비번과 인접한 날에 몰려 있거나, 생리휴가가 거절되자 여러 차례 다시 청구했다는 등의 사정은 생리 현상이 '없다'는 명백한 정황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노무사는 "명백한 허위 사용이 밝혀졌다면 몰라도, 법원은 웬만한 사정으로는 근로자에게 함부로 생리 현상의 입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집단 신청이 들어와도 일단 휴가 자체는 부여하고 논의하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생리휴가는 무급이나, 개별 기업이 내규 등으로 유급처리하는 것은 무방하다. 지난해 한국경총이 매출 상위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대기업의 22.6%는 생리휴가를 '유급'으로 운영 중이다. 한 유통 대기업 인사담당자 C씨는 "회사 복지 차원에서 생리휴가를 유급으로 전환한 이후 사용률이 확실히 올랐다"고 말한다.
이처럼 유급 전환된 경우 사실상 여직원들에게만 유급휴가가 12개가 더 생겼다고 받아들이는 남직원도 적지 않다. C씨는 "무급으로 되돌리면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며 "일부 직원들이 '남성 및 고령자가 같이 쓸 수 있는 복지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자, 이에 반발한 여직원들이 남직원들의 '담배타임'을 문제 삼으면서 격론이 펼쳐지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남성에게 '복지포인트' 등 혜택을 지원해 달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인담자들이 고민에 빠진 기업도 있다.
중소·중견기업이나 근무 강도가 높은 여초 직장에선 생리휴가가 '언감생심'인 것도 문제다. 지난 2021년 보건의료노조가 의료기관 102곳에 대해 실태 조사한 결과 보건휴가 사용률이 10% 미만인 곳이 46곳(45.1%)이었다.
한편 생리휴가 제도는 한국에선 1952년 근로기준법 제정 때 도입된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 소위 노동인권 선진국들은 되레 최근 들어서야 도입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지난 2월 상원에 생리휴가제도 법안이 올라갔지만 찬성 117표 대 반대 206표로 부결됐다. '1년간 유효한 의사 진단서를 휴가 사용 근거로 제출한다'는 조건까지 붙였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도입 반대 측은 "생리휴가를 법제화하면 기업에서 근무일이 적은 여성의 채용을 꺼리고 사회 보장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여성 직원의 증가와 권리 의식 강화로 휴가 신청이 늘고 남녀 갈등 문제와 연결되면서 예전과 달리 생리휴가를 부담으로 느끼는 기업 적지 않다"며 "갈등 해소 차원에서 관련된 사례를 위주로 성평등 교육을 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다른 중견 IT기업도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마감에 쫓겨 한창 바쁜 가운데 한 여직원이 생리휴가와 연차를 징검다리 연휴에 붙여 쓰더니 SNS에 남자친구와 여행을 간 사진을 자랑하면서다. 인사팀장 B씨는 "이걸 본 다른 직원들이 문제 삼자 여성인 대표가 이 직원에게 경고했는데, 이 직원이 사생활 침해와 괴롭힘으로 신고하겠다고 해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연휴 후유증에 인사담당자들 '골머리'
보건휴가는 여성근로자가 생리 기간에 무리하게 근로할 경우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해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법에서 인정한 법정 휴가다(근로기준법 73조). 여성이 청구하면 월 1일 사용할 수 있고 사업주가 거부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실제로 지난 2021년 모 항공사의 대표는 1년동안 승무원 15명이 138차례 신청한 생리휴가를 받아주지 않아 기소됐고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았다(2021도1500).
근로기준법에는 생리휴가를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쓸 수 있는지 상세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휴일 전후 특정일에 집단 사용'하거나 '주말에 붙여 사용'하는 사례는 흔한 직장 내 갈등 소재다.
기본적으로 고용부는 "생리휴가일은 사실상의 생리 여부에 따라 부여되므로 실제 생리 기간이 아닌 날에 사용할 수 없다"며 "사전 청구 없는 일방적 사용은 권리의 남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정부24). 또 "생리현상에 따라 부여하는 것이므로 월차 등과 달리 적치·분할 사용할 수 없다"고 안내한다. 무단결근 이후 생리휴가를 주장하는 것은 인정될 수 없고 이월하거나 며칠에 걸쳐 나눠 사용하는 것도 안 된다는 의미다.
생리휴가 사용자의 범위도 종종 논란이 된다. 올해 초 온라인에서는 "자궁 적출을 한 여성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썼다" "임신했다는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썼다"는 게시글이 논란이 됐다. 최근 모 마트에서도 50대 후반 여성 직원들이 조합 활동을 하겠다며 집단 보건휴가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고용부는 "임산부, 폐경, 자궁제거 등 '생리현상이 없는 자'는 생리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생리현상 존부를 증명하기 쉽지 않은 점도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다. 지난 2020년 한 공공기관 고객센터에선 관리자가 "다른 회사에선 생리대를 찍어오라고 한다"며 증빙을 요구했다가 논란이 됐다.
고용부는 "생리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입증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진단비용 등을 부담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비용을 부담하고 입증을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사실상 쉽지 않다. 법원은 "생리휴가를 청구할 때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지적한다(2017고정1337, 2021도1500에서 확정). 특히 "여성 근로자의 생리휴가 청구가 휴일·비번과 인접한 날에 몰려 있거나, 생리휴가가 거절되자 여러 차례 다시 청구했다는 등의 사정은 생리 현상이 '없다'는 명백한 정황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노무사는 "명백한 허위 사용이 밝혀졌다면 몰라도, 법원은 웬만한 사정으로는 근로자에게 함부로 생리 현상의 입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집단 신청이 들어와도 일단 휴가 자체는 부여하고 논의하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남직원 반발에 혜택 고민하는 기업들
인사담당자의 또 다른 고민은 남성 직원들의 불만 등 회사 내부 갈등 문제다.법적으로 생리휴가는 무급이나, 개별 기업이 내규 등으로 유급처리하는 것은 무방하다. 지난해 한국경총이 매출 상위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대기업의 22.6%는 생리휴가를 '유급'으로 운영 중이다. 한 유통 대기업 인사담당자 C씨는 "회사 복지 차원에서 생리휴가를 유급으로 전환한 이후 사용률이 확실히 올랐다"고 말한다.
이처럼 유급 전환된 경우 사실상 여직원들에게만 유급휴가가 12개가 더 생겼다고 받아들이는 남직원도 적지 않다. C씨는 "무급으로 되돌리면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며 "일부 직원들이 '남성 및 고령자가 같이 쓸 수 있는 복지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자, 이에 반발한 여직원들이 남직원들의 '담배타임'을 문제 삼으면서 격론이 펼쳐지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남성에게 '복지포인트' 등 혜택을 지원해 달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인담자들이 고민에 빠진 기업도 있다.
중소·중견기업이나 근무 강도가 높은 여초 직장에선 생리휴가가 '언감생심'인 것도 문제다. 지난 2021년 보건의료노조가 의료기관 102곳에 대해 실태 조사한 결과 보건휴가 사용률이 10% 미만인 곳이 46곳(45.1%)이었다.
한편 생리휴가 제도는 한국에선 1952년 근로기준법 제정 때 도입된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 소위 노동인권 선진국들은 되레 최근 들어서야 도입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지난 2월 상원에 생리휴가제도 법안이 올라갔지만 찬성 117표 대 반대 206표로 부결됐다. '1년간 유효한 의사 진단서를 휴가 사용 근거로 제출한다'는 조건까지 붙였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도입 반대 측은 "생리휴가를 법제화하면 기업에서 근무일이 적은 여성의 채용을 꺼리고 사회 보장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여성 직원의 증가와 권리 의식 강화로 휴가 신청이 늘고 남녀 갈등 문제와 연결되면서 예전과 달리 생리휴가를 부담으로 느끼는 기업 적지 않다"며 "갈등 해소 차원에서 관련된 사례를 위주로 성평등 교육을 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