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 3명, 여자아이 2명의 ‘오둥이’를 출산한 사공혜란 씨(오른쪽)가 출산 다음날인 지난 21일 회복실에서 남편 김준영 씨와 함께한 모습.  /김준영 씨 제공
남자아이 3명, 여자아이 2명의 ‘오둥이’를 출산한 사공혜란 씨(오른쪽)가 출산 다음날인 지난 21일 회복실에서 남편 김준영 씨와 함께한 모습. /김준영 씨 제공
“초보 아빠여서 아이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들지 가늠이 안 됩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엄청난 도움을 주신 덕에 걱정보다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큽니다.”

지난 20일 다섯쌍둥이가 동시에 세상에 나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국내에서 다섯쌍둥이는 1987년과 2021년 이후 세 번째다. 과거 두 사례는 체외수정이었고 이번에는 국내 최초 자연임신 사례로 의미가 있다.
다섯쌍둥이 초음파 사진
다섯쌍둥이 초음파 사진
다섯 천사를 품에 안은 부모는 경기 동두천중앙고 과학교사로 재직 중인 김준영 씨(31)와 양주시의 교육 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사공혜란 씨(30)다. 김씨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육아를 전혀 모르는 초보 아빠가 예상치 못하게 다섯 아이를 키우려고 하니 막막하지만, 각지에서 보내준 응원으로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

요즘 김씨 부부의 최우선 고민은 ‘어떻게 키우지’가 아니라 ‘아기의 건강’이라고 한다. 아들인 첫째, 둘째, 셋째는 800~900g, 딸인 넷째, 다섯째는 700g대인 체중으로 일반적인 신생아 몸무게 기준(3㎏ 내외)에 훨씬 못 미친다.

김씨는 “서울성모병원에서 매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만 아기 면회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생명 유지에 굉장히 예민한 시기여서 인큐베이터에서 12월 말까지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기만을 바라며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큐베이터에서 체중이 잘 늘어 올해 크리스마스 전에 무사히 퇴원하는 게 부부의 소원이다. 다섯 아기가 한 번에 퇴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잘 회복된 아기부터 순차적으로 바깥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두 부부를 지탱하는 힘은 각계에서 수북이 답지한 온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축하 메시지와 함께 자연산 미역과 아기 옷 다섯 벌을 선물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동연 경기지사, 임태희 경기교육감도 각각 선물과 축전을 보냈다.

기업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다섯 아기가 먹을 분유는 매일유업이 책임지기로 했다. 자사 최고급 제품인 ‘앱솔루트 프리미엄 산양분유’를 제공한다. 이유식 업체 베베쿡에서도 아기가 분유에서 이유식으로 넘어갈 때쯤 제품 후원을 약속했다. 영유아 의류 브랜드 ‘아가방’에선 아기 옷 선물을 보내오며 “옷이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캐릭터 ‘핑크퐁’으로 완구와 도서 등을 제작하는 더핑크퐁컴퍼니 역시 아기 선물을 잔뜩 보내왔다고 했다.

다섯 아이가 신생아 인큐베이터에 넉 달여간 머무르는 동안 발생하는 입원비 부담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이 ‘미숙아 의료비 산정특례’를 적용해 본인 부담금을 전체 의료비의 5%로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의료 서비스 이용에 따른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부모 측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다섯 아기가 가족의 품에 안길 날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년 2월까지 업무를 마무리하고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12월까지 운동을 열심히 해 체력을 길러 육아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