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사는 외국인, 삼성전자는 내다 판다
세계 3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호실적 발표에도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계속 팔아치우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우려는 해소됐지만 가전·스마트폰용 반도체 수요 부진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삼성전자는 0.77% 하락한 6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07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26일 마이크론이 ‘반도체 겨울론’을 잠재우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했지만 실적 발표 후 이틀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462억원어치 팔았다.

외국인은 이달 3일 이후 16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2022년 6월 2~24일 16거래일 연속 순매도한 이래 가장 긴 연속 순매도 기록이다. 16거래일간 외국인이 순매도한 삼성전자 주식 금액은 7조9305억원어치에 달한다.

성장세가 이어지는 HBM 시장과 달리 삼성전자의 매출 비중이 큰 가전·스마트폰 반도체 시장은 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최근 공격적인 증설에 나선 것도 매도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투자은행(IB) 웨드부시는 25일 낸 보고서에서 “4분기부터 D램과 낸드 메모리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며 “중국 기업의 시장 진입이 장기적인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대규모 매수했다. 마이크론 실적 발표 후 지난 이틀간 913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HBM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자 외국인이 삼성전자 대신 SK하이닉스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