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어제 은행 지급준비율 0.5%포인트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판궁성 중국인민은행장이 “금융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90조원)을 공급할 것”이라고 예고한 지 사흘 만이다. 대형 국영은행들에 최대 1조위안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계기로 경기 침체 공포에 휩싸인 중국 경제에 온기를 퍼뜨리기 위한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중국 증시는 경기 회복 기대감에 사흘 새 10% 이상 뛰었다.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지만 “이번엔 달라 보인다”(스콧 럽너 골드만삭스 상무)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탈중국 정책 등으로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0% 아래로 내려갔지만,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다. 우리 주력인 반도체, 정보통신, 석유화학산업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30%가 넘는다. 더구나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마저 조만간 정점을 찍고 꺾이는 ‘피크아웃’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씨티, HSBC, 노무라 등 외국의 주요 투자은행은 다음달인 10월을 기점으로 전년도 수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데다 주요국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어 수출이 하락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수 회복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수출로 한국 경제를 방어할 수밖에 없는 만큼 중국에서 불어오는 훈풍의 기운을 호기로 활용해야 한다. 올해를 연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하는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하지만 앉아서 쾌재를 부를 일은 아니다.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 주요 제품의 경쟁자로 부상했고 상당수 품목은 우리의 기술력을 추월해 달리고 있어서다. 중국이 무역 경로를 통해 주변국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축소된 데다 격화하는 미·중 통상 갈등 속에 줄타기도 해야 한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맞춰 중간재 중심의 수출을 소비재 중심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우리가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프리미엄·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등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