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스마트폰에 맞서기 위해 보급형 ‘갤럭시S24 FE(팬에디션)’를 예정보다 빨리 내놓기로 했다. 전작인 갤럭시S23 FE가 지난해 12월에 출시된 것과 비교하면 두 달 빠른 셈이다. 갤럭시S24의 인공지능(AI) 기능을 모두 갖추면서도 가격은 30~40% 떨어뜨린 만큼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중고가 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삼성은 기대하고 있다.

○다음달 3일부터 출시

中 공세 맞불…'가성비폰' 갤S24FE 조기 출격
삼성전자는 다음달 3일부터 갤럭시S24 FE를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출시한다고 27일 밝혔다. 가격은 128GB 모델이 650달러(약 85만원), 256GB 제품이 710달러(약 93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의 주력 모델인 홍미 노트13프로(40만원대)와 애플 아이폰16 기본 모델(125만원)의 중간 수준이다.

갤럭시S24 FE의 최대 강점은 AI 기능이다. 프리미엄 제품인 S24 시리즈에 적용된 AI와 똑같은 기능이 담겼다. ‘서클 투 서치’(화면 터치로 검색), ‘채팅 어시스트’(메시지 번역 및 톤 변경), ‘포토 어시스트’(AI 기반 사진 편집) 기능이 대표적이다. 홍미 노트13프로에는 고성능 AI 서비스가 적용되지 않았다.

AI 기반의 ‘프로비주얼 엔진’은 어두운 환경에서도 사진을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뒷면에 장착된 5000만 화소 광각, 1200만 화소 초광각, 800만 화소 망원 등 세 개의 카메라 덕분에 멀리 있는 물체를 촬영해도 고품질 사진이 나온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삼성이 고성능 AI 기능을 넣으면서도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었던 건 스마트폰 가격의 20%를 차지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미국 퀄컴보다 저렴한 삼성 제품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FE에는 삼성의 ‘엑시노스 2400e’ 칩셋이 들어간다. 이 칩은 전작 대비 1.1배 더 커진 ‘베이퍼 챔버’를 적용해 안정적인 AI 성능을 지원하고 발열도 낮췄다.

○태블릿 신제품도 공개

삼성이 ‘프리미엄 보급폰’에 힘을 주는 건 가격으로는 중국을 이기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홍미 노트13프로만 해도 2억 화소 카메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대용량(5100mAh) 배터리 등 프리미엄폰급 하드웨어를 갖췄는데도 가격은 갤럭시S24 FE의 절반에 불과하다.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시장이 차례차례 중국 손아귀에 넘어간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샤오미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5%(출하량 기준)로, 삼성전자(18%)와 애플(16%)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그 뒤를 화웨이(9%), 비보(9%), 트렌션(9%), 오포(9%) 등 다른 중국 업체가 이었다. 중국 업체의 합산 점유율로 따지면 이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 이상을 가져간 셈이 된다. 삼성이 중고가 제품에 ‘똑똑한 AI’를 적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리미엄 서비스가 있어야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태블릿 신제품인 갤럭시 탭 S10 시리즈도 공개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11인치 모델이 빠지고, 14.6인치(갤럭시 탭 S10 울트라)와 12.4인치(갤럭시 탭 S10+)만 내놨다. AP는 퀄컴도, 삼성도 아닌 대만 미디어텍 제품(디멘시티9300+)만 썼다. 미디어텍 제품 중 최고 성능을 가진 이 칩은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와 성능은 비슷하면서 가격은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 탭 S10은 노트 S펜으로 그린 그림을 정교한 이미지로 바꿔주는 ‘스케치 변환’ 기능이 주요 특징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