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럽·미국 넘어 중남미로 뻗어가는 K푸드
멕시코는 ‘할라피뇨’로 대표되는 ‘매운맛’의 나라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식문화가 우리와 비슷해서인지 K푸드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지난달 5~8일에는 중남미 지역 최초로 ‘K푸드 페어’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현지 소비자와 수입업체들은 김치, 떡볶이, 유자차 등 우리 농식품에 큰 호응을 보였고 행사 직후 총 200만달러 규모의 현장 계약과 양해각서가 체결되는 성과가 있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 수출도 중남미 지역에서 급성장세다. 올해 1~8월 라면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7% 늘어난 8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중남미가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라면 수출이 전년 대비 66% 늘어나 세계 증가율의 두 배를 웃돌았다.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가 주요 수출시장으로 급부상하는 배경엔 중산층 증가에 따른 구매력 상승이 있다. 최근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에 인접한 중남미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니어쇼어링’ 현상의 영향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 농식품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K콘텐츠’의 꾸준한 인기도 ‘K푸드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8월 중남미에 대한 농식품 수출액은 1억5400만달러로 작년보다 19.4% 증가했다. 정부는 중남미를 향후 우리 농식품 수출의 새로운 전략시장으로 보고 적극적인 시장 개척 활동을 추진 중이다.

그 일환으로 멕시코 현지 소비자 대상으로 K푸드 홍보 영상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챌린지를 진행하고,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김치, 즉석밥, 라면 등을 현지 기업 구내식당에서 제공하는 ‘K푸드 급식의 날’을 추진해 멕시코인의 일상에 스며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브라질 국제학교 세 곳에서는 불고기, 잡채 등 한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한식의 날’ 행사를 열고 한국 과자와 음료를 매점에서 시범 판매하며 K푸드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이런 노력이 실제 수출 성과로 이어지도록 수출업체와 바이어 간 투자설명회 및 상담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 5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에서는 중남미 식품 유통 바이어들에게 막걸리, 과일음료 등을 선보였다.

정부도 ‘K-Food+ 수출 확대 추진본부’를 통해 기업과 함께 원팀으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지 식품 수입제도 및 트렌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 소통 창구인 수출정보데스크를 운영해 물류·비관세장벽 해소에도 주력하고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신시장 개척의 아이콘인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모든 도전은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라고 했다.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K푸드의 도전이 시작됐다. 정부는 우리 식품 기업들이 큰 기회의 문을 활짝 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K푸드의 새 길을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