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만9000가구를 선정하는 수도권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경기 분당(성남) 일산(고양) 평촌(안양) 산본(군포) 중동(부천) 등 5개 신도시에서 전체 가구 수(약 30만 가구)의 절반이 넘는 15만3000가구가 선도지구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번 기회를 잡지 못하면 재건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하며 너도나도 선도지구 경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기여 계획과 단지 규모 등이 선도지구 선정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1월 재건축 사업성을 좌우하는 공공기여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방침이다.
"이번 기회 못 잡으면 끝장"…분당 집주인들 사활 걸었다

○5개 신도시 평균 경쟁률 5.9 대 1

29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3~27일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접수한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 공모’에서 총 162개 구역 중 61%인 99개 구역, 15만3000가구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평균 경쟁률은 5.9 대 1을 기록했다. 선정 기준 규모(2만6000가구)의 5.9배에 달한다. 정부는 11월 선도지구 단지를 최종 선정한 뒤 인허가를 거쳐 2027년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신도시별로는 분당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도지구 공모 대상인 특별정비예정구역 67곳 중 47곳이 뛰어들었다. 규모로 보면 5만9000가구로, 선도지구 예정 물량(8000가구)의 7배가 넘는다. 이들 구역의 평균 주민 동의율은 90.7% 수준으로, 다수 구역이 만점(95%)에 가까운 점수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산도 정비예정구역 47곳 중 22곳(3만 가구)이 제안서를 냈다. 선정 기준(6000가구)을 고려하면 경쟁률이 5 대 1 수준이다. 일산도 대부분 구역이 높은 동의율을 확보해 평균 동의율이 84.3%에 달했다.

4000가구 규모 선도지구를 선정하는 평촌도 정비예정구역 19곳 중 9곳(1만8000가구)이 공모에 참여했다. 평균 주민 동의율은 86.4%로 집계됐다. 중동에선 16곳 중 12곳(2만6000가구), 산본에선 13곳 중 9곳(2만 가구)이 선도지구 경쟁에 뛰어들었다. 주민 동의율은 각각 80.9%, 77.6%를 기록했다.

주민 동의율이 높은 분당은 공공기여가 선도지구 선정의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전망이다. 앞서 성남시는 신탁사나 공공시행방식으로 재건축에 나서면 가점을 주기로 했다. 추가 공공기여 방안과 장수명주택 건설 계획을 제출하면 가점을 받을 수 있어 상당수 구역이 가점 사항을 제안서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도지구엔 ‘패스트 트랙’ 적용

1기 신도시 선도지구는 신도시 내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선도지구 선정 즉시 특별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할 수 있도록 ‘특별정비계획 수립 패스트 트랙’을 도입할 예정이다. 주민이 직접 정비계획을 제안하는 경우엔 국토부가 예비사업시행자와 함께 계획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토지 소유자와 지자체, 예비사업시행자가 협력해 계획을 수립하는 ‘협력형 정비지원’ 절차를 마련하고 심의도 간소화한다. 지자체와 관계기관 사전협의를 국토부가 지원해 인허가 심의 속도를 높이는 식이다.

국토부는 11월 재건축 사업성을 결정짓는 ‘공공기여금 산정 및 운영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계획이다. 공공기여금 총액 산정 및 총액 내 토지 제공, 기반 시설 설치, 현금 납부 등 기여 방식별 인정 금액 산정 방안 등을 담을 예정이다.

정우진 국토부 도시정비기획단장은 “향후 지자체의 제안서 평가 과정 등에 협조해 11월까지 선도지구 선정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며 “정부는 특별정비계획 수립 패스트 트랙을 신속하게 도입하고 주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계속 마련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