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 전시된 이건용의 ‘장소의 논리’(1975).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 전시된 이건용의 ‘장소의 논리’(1975).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 서소문 본관을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 4곳이 ‘옴니버스 영화’처럼 하나로 연결됐다.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이 서소문 본관과 함께 남서울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등 3개 분관에서 동시에 공개되면서다. 전시 주제도 ‘세마(SeMA) 옴니버스’다. 독립된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인 옴니버스 영화처럼 ‘서울시립’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각 미술관에서 독립된 소장품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미술관 4곳을 하나로 이어 선보이는 전시 구성도 서울시립미술관이 ‘연결’이라는 의제를 내세우며 기획됐다. 각 공간의 주제가 겹치지 않으면서도 서로 연결된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관객이 각 공간을 방문하며 미술관과 연결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한 6158점 중 140여 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여기에 작가와 기관에서 대여한 작품과 소장품에 맞춰 새롭게 만든 신작 등 350여 점도 공개된다. 이번 기획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이 1988년 개관 이후 처음으로 본관과 분관을 연결해 개최하는 대규모 소장품 전시다.

4곳에서 이뤄지는 기획전의 중심이 되는 서소문 본관 전시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는 첨단기술, 인공지능(AI), 뉴미디어와 인간 간 관계에 주목했다. 기술과 인간 사회, 특히 예술가와 기술 매체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서소문 본관에는 작가 39인이 참여했고 80점이 출품됐다. 이 중 미술관 소장품은 66점이 나왔다.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공간은 섹션을 나누는 벽과 문이 없는 열린 구조로 이뤄졌다. 장애물 없이 모든 섹션을 연결해서 볼 수 있는 구조를 의도했다. 특히 건물 벽 파사드, 로비, 창문 등을 이용한 작품도 전시한다. 장소를 이용한 작업이다. 최수정, 이원우, 장종완 등 젊은 작가 세 명이 미술관 공간을 재해석한 장소 특정적 작품을 선보인다.

신진 작가 5명을 꼽아 이들의 신작을 보여주는 ‘옐로 블록’ 섹션도 준비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풀어내는지에 주목했다. 작가 5인은 인간과 비인간 간 관계성을 탐구했다. 버섯 균사체와 인간의 관계를 풀어낸 설치작, 로봇과 AI, K팝을 결합한 뮤직비디오 등 비인간인 기술과 인간이 어떻게 함께 살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 중계동 북서울미술관에서는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현실을 주목했다. 이들이 사회에서 겪는 공통적 경험을 통해 ‘우리’라는 공동체의 의미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소장품전은 ‘제9행성’이라는 제목에 맞게 행성 속 비인간과 인간을 탐색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다양한 존재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소장품 전시를 통해 미술관의 강점으로 꼽히는 ‘동시대성’을 내세운다. 소장품 중 60% 이상이 동시대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으로 꾸려졌기 때문이다. 남서울미술관 전시는 10월 27일, 북서울미술관은 11월 3일, 서소문 본관은 11월 17일, 미술아카이브는 내년 2월 2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