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 대규모 부양책에도 '잃어버린 30년' 우려 왜 나오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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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9·24 대책' 발표
금리 인하·200兆 살포
대규모 경기부양 나서
생산가능인구 급감
외국 기업·자본 이탈
'근본 문제' 해결 의문
금리 인하·200兆 살포
대규모 경기부양 나서
생산가능인구 급감
외국 기업·자본 이탈
'근본 문제' 해결 의문
중국이 대규모 경기와 증시 부양책을 발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만큼 상하이종합지수가 오랜만에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중국 경기와 증시 앞날에 대한 예측기관의 시각은 기대보다 여전히 차갑다.
‘9·24 대책’이라고 불리는 이번 부양책은 세 가지 면에서 종전과 다르다. 무엇보다 판궁성 인민은행장, 리윈쩌 국가금융감독관리 총국장, 우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 금융기관 3대 수장이 직접 나선 점이다. 중국 경제와 증시 상황이 심각하고 정부의 부양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동시에 암시한다. 시 주석도 이번 대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뒷얘기까지 들린다.
대출우대금리(LPR),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등 모든 정책금리뿐만 아니라 정책성 금리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내렸다. 이번 금리 대책도 눈에 띈다.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려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컷과 보조를 맞췄다. 금융 문제부터 푸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정책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금리 인하와 함께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우리 돈으로 200조원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 계획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9년 리먼브러더스 위기 당시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추진한 헬리콥터 벤식 대책에 비유된다. 금융 문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신용경색을 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처럼 부양책 규모를 크게 가져가는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와 증시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성장 경로상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중국 경제와 증시는 5중고(고임금·고금리·고세율·고규제·고땅값)로 대변되는 성장통과 잠복한 위기 요인이 헝다 사태를 계기로 한꺼번에 노출되고 있다.
5년째로 접어든 헝다 사태를 금융위기 극복 3단계론을 적용해 평가해 보면 첫 단추인 유동성 위기부터 풀지 못하고 있다. 중국 유동성 지표의 상징 격인 M1(현금+요구불예금) 증가율은 가장 최근 통계인 7월 -6.6%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래가 불확실해 돈을 아무리 많이 풀더라도 곧바로 벽장 속으로 퇴장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스템 위기 극복은 20차 공산당대회를 계기로 경제 운영 체계를 ‘개방경제’에서 ‘폐쇄경제’로, ‘시장경제’를 ‘계획경제’로 복귀시키는 방침에 따라 사실상 정지됐다. 1978년 이후 중국의 고성장을 낳은 시스템이 퇴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스템을 개조하기 위한 시 주석의 부패 척결 노력은 부동산개발 업체와 친시진핑 세력 간 새로운 부패 고리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사전 두 단계를 해결하지 못함에 따라 실물경기는 악화일로다. 급기야 지난 2분기 성장률이 4.7%로 목표치에 미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지 배런스와 노무라경제연구소는 조만간 중국 경제성장률이 1∼2%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시 주석을 비롯해 중국 경제 각료에게 충격을 안겼다.
모든 경기와 증시 부양책은 위기(혹은 부진)를 낳은 본질 해결에 얼마나 접근했는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부양책의 규모가 클수록 더 그렇다. 2차 대전 이후 위기 경험국의 실증적 사례를 점검해 보면 기득권의 고통이 따르는 위기 본질 해결을 외면하고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캠퍼주사형 대증요법에 그치면 총체적 복합위기로 더 악화한다.
중국 경제와 증시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단순생산함수(Y=f(L, K, 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 평가하면 초기 외연적 단계에서 중국 경제의 강점이던 노동력은 절대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에 직면했다. 저출생·고령화 급진전으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는 더 빠르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글로벌 해법으로 풀어야 하지만 이민 정책은 역행하고 있다.
자본은 외국인 기업의 이탈과 정부 주도의 불균형 투자로 노동장비율(K/L)과 토빈 q 비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전자는 성장경로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함을, 후자는 자본생산성이 미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음을 뒷받침해 준다. ‘리쇼어링’이 최선책이지만 ‘인쇼어링’을 추진해 좀처럼 풀지 못하는 상태다.
총요소생산성은 5중고에 따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외부 불경제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헝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기가 무너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300%가 넘는 국가채무로 중앙정부의 지원이 끊겨 지방일수록 SOC의 노후화 정도가 더 심하다.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 간 SOC 불균형이 심해지는 것도 문제다.
과연 9·24 대책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오히려 이번 대책이 나온 이후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 경제보다 더 심각한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9·24 대책’이라고 불리는 이번 부양책은 세 가지 면에서 종전과 다르다. 무엇보다 판궁성 인민은행장, 리윈쩌 국가금융감독관리 총국장, 우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 금융기관 3대 수장이 직접 나선 점이다. 중국 경제와 증시 상황이 심각하고 정부의 부양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동시에 암시한다. 시 주석도 이번 대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뒷얘기까지 들린다.
대출우대금리(LPR),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등 모든 정책금리뿐만 아니라 정책성 금리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내렸다. 이번 금리 대책도 눈에 띈다.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려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컷과 보조를 맞췄다. 금융 문제부터 푸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정책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금리 인하와 함께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우리 돈으로 200조원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 계획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9년 리먼브러더스 위기 당시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추진한 헬리콥터 벤식 대책에 비유된다. 금융 문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신용경색을 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처럼 부양책 규모를 크게 가져가는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와 증시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성장 경로상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중국 경제와 증시는 5중고(고임금·고금리·고세율·고규제·고땅값)로 대변되는 성장통과 잠복한 위기 요인이 헝다 사태를 계기로 한꺼번에 노출되고 있다.
5년째로 접어든 헝다 사태를 금융위기 극복 3단계론을 적용해 평가해 보면 첫 단추인 유동성 위기부터 풀지 못하고 있다. 중국 유동성 지표의 상징 격인 M1(현금+요구불예금) 증가율은 가장 최근 통계인 7월 -6.6%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래가 불확실해 돈을 아무리 많이 풀더라도 곧바로 벽장 속으로 퇴장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스템 위기 극복은 20차 공산당대회를 계기로 경제 운영 체계를 ‘개방경제’에서 ‘폐쇄경제’로, ‘시장경제’를 ‘계획경제’로 복귀시키는 방침에 따라 사실상 정지됐다. 1978년 이후 중국의 고성장을 낳은 시스템이 퇴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스템을 개조하기 위한 시 주석의 부패 척결 노력은 부동산개발 업체와 친시진핑 세력 간 새로운 부패 고리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사전 두 단계를 해결하지 못함에 따라 실물경기는 악화일로다. 급기야 지난 2분기 성장률이 4.7%로 목표치에 미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지 배런스와 노무라경제연구소는 조만간 중국 경제성장률이 1∼2%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시 주석을 비롯해 중국 경제 각료에게 충격을 안겼다.
모든 경기와 증시 부양책은 위기(혹은 부진)를 낳은 본질 해결에 얼마나 접근했는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부양책의 규모가 클수록 더 그렇다. 2차 대전 이후 위기 경험국의 실증적 사례를 점검해 보면 기득권의 고통이 따르는 위기 본질 해결을 외면하고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캠퍼주사형 대증요법에 그치면 총체적 복합위기로 더 악화한다.
중국 경제와 증시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단순생산함수(Y=f(L, K, 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 평가하면 초기 외연적 단계에서 중국 경제의 강점이던 노동력은 절대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에 직면했다. 저출생·고령화 급진전으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는 더 빠르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글로벌 해법으로 풀어야 하지만 이민 정책은 역행하고 있다.
자본은 외국인 기업의 이탈과 정부 주도의 불균형 투자로 노동장비율(K/L)과 토빈 q 비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전자는 성장경로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함을, 후자는 자본생산성이 미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음을 뒷받침해 준다. ‘리쇼어링’이 최선책이지만 ‘인쇼어링’을 추진해 좀처럼 풀지 못하는 상태다.
총요소생산성은 5중고에 따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외부 불경제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헝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기가 무너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300%가 넘는 국가채무로 중앙정부의 지원이 끊겨 지방일수록 SOC의 노후화 정도가 더 심하다.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 간 SOC 불균형이 심해지는 것도 문제다.
과연 9·24 대책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오히려 이번 대책이 나온 이후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 경제보다 더 심각한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