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들이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가 차질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기업들이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국산화에 성공해도 저렴한 중국산에 밀려 찬밥 신세로 전락하는 품목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퓨처엠이 4600억원을 쏟아부어 지난 4월 국산화한 인조흑연이 대표적이다. 인조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음극재 필수 소재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흑연 수출 통제로 홍역을 치르면서 정부가 90% 넘는 중국산 흑연 의존도 낮추기에 사활을 걸었지만 정작 국내 배터리 기업들조차 비싼 가격 탓에 국산 인조흑연 구매를 꺼리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무수불산도 마찬가지다. 2019년 일본이 불화수소 수출을 통제하자 솔브레인 등이 국산화에 나서 ‘탈일본’에는 성공했지만 불화수소 원료인 무수불산은 중국 의존도가 90%에 육박한다. 이뿐 아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실리콘, 희토류, 텅스텐, 게르마늄, 형석, 갈륨·인듐 등 반도체 6대 핵심 원자재 중 5개의 중국 의존도가 지난해 상승했다. 예컨대 실리콘 의존도는 68.8%에서 75.4%로, 게르마늄 의존도는 56.9%에서 74.3%로 높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반도체 희소가스, 흑연, 희토류, 요소 등 185개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2022년 평균 70%에서 2030년 50% 이하로 낮추는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이다.

중국이 자원 무기화 카드를 꺼내 들면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언제 ‘제2, 제3의 요소수 대란’이 터질지 모른다. 소부장 핵심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화 비중을 높여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필요하다면 보조금 지급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불공정 경쟁이란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일본은 2020년부터 중요 품목 증설 때 최대 100억엔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미국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북미산 부품이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가공한 광물이 많이 들어간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도록 해놨다. 우리도 수수방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