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명분으로 한 국회의 기업인 ‘망신주기’가 올해도 어김없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역대 최대 규모로 증인 108명, 참고인 54명을 채택한 데 이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역시 35명의 출석 명단을 확정했다. 국회에서도 “무분별한 증인 신청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이 과기정통위 국감의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현대차에서는 김승수 부사장도 증인으로 올라 한 기업에서 회장과 부회장이 국감 출석 요청을 받았다.

산자위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와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아직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을 완료하지 않은 정무위와 보건복지위 등도 기업인을 대거 소환할 전망이다. 정무위에서는 야당 의원 주도로 “기업 분할·합병 과정에서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며 두산그룹과 SK그룹, LG화학, 삼성물산 경영진에 대한 증인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노동위는 노동조합 이슈 등을 문제 삼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증인으로 채택된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 대기업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어서 경영진의 해외 출장이 많은데, 국감 시즌마다 매번 이름이 오르내려 출장도 가기 힘들다”며 “중요한 사안이면 참석하겠지만 단순히 사정을 들어봐야 한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불려 다녀 해외시장 개척 등 본업에 지장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배성수/김재후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