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누수로 인해 방바닥에 수건과 냄비를 둔 모습. / 사진=육대전
천장 누수로 인해 방바닥에 수건과 냄비를 둔 모습. / 사진=육대전
육군 간부가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열악한 관사의 실정을 폭로했다. "어떻게 애를 이런 곳에서 키울 수 있냐"며 아내가 눈물을 흘렸다는 이 간부의 소식에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9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육군 간부 A씨의 이런 사연이 올라왔다. A씨는 방바닥에 수건과 냄비를 두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는 영상도 전달했다.

A씨는 "가족들한테 정말 너무 미안했다. 내가 이러려고 군인 하나 싶었고, 왜 이런 대우를 받아 가며 주변 민간인들이 불쌍한 사람들이라며 손가락질하는 제 직업이 너무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아내가 집을 보고 '어떻게 이런 곳에서 애를 키울 수 있냐'고 하며 울던 모습이 아직도 제 가슴 속 깊이 박혀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고 덧붙였다.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냄비로 받고 있는 모습. / 출처=육대전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냄비로 받고 있는 모습. / 출처=육대전
A씨는 부대 측에 방수 공사를 건의했으나 '더 급한 숙소가 있다'는 이유로 3년 동안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올해가 돼서야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육대전 측은 "하루빨리 초급, 중급 간부의 복무 여건 개선 및 처우 개선을 통해 군 복무가 보람되고 자랑스럽고 선망의 대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이러니 지원자 없고 전역자 늘어나지", "이러고도 간부에게 집 준다고 말할 수 있나. 멀쩡히 사람 살만한 곳이 얼마나 되나" 등 반응이 나왔다.
육군사관학교 생활관 천장에 가득 핀 곰팡이. / 사진=육대전
육군사관학교 생활관 천장에 가득 핀 곰팡이. / 사진=육대전
전날에도 육대전은 육군사관학교 생도 생활관, 육군정보학교 생활관 벽과 천장에 곰팡이가 잔뜩 핀 사진을 제보받아 공개했었다.

사진을 제보한 육군 장교는 이러한 환경에 군 간부들의 복무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여름 유난히 더웠던 날씨와 긴 장마로 인해 곰팡이가 더욱 심해졌지만, 문제의 핵심은 노후한 시설"이라며 "이런 시설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국가가 군 간부 생활 여건 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이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취임 인사말에서 '초급 간부와 중견 간부들의 복무 여건과 처우 개선에 힘쓰겠다'고 했다"며 "말이 아닌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육군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육군은 신성한 국가방위를 위해 묵묵하게 헌신하고 있는 간부들의 행복한 생활 여건이 보장될 수 있도록 편리하고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