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시야장애를 앓고 있는 뇌졸중 환자에게 디지털 치료제 ‘비비드브레인’을 통한 시지각 학습 방법과 치료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시야장애를 앓고 있는 뇌졸중 환자에게 디지털 치료제 ‘비비드브레인’을 통한 시지각 학습 방법과 치료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뇌졸중 탓에 시야장애를 겪는 환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치료제 '비비드브레인' 처방을 최근 시작했다고 30일 밝혔다.

올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비비드브레인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강동화 교수가 개발했다. 국내 세 번째 디지털치료제다. 가상현실(VR) 기반 모바일 앱 방식으로 시각 자극에 대한 반복적인 학습 훈련을 통해 시각 정보 인식능력을 향상시켜준다.

시야장애는 뇌졸중 환자 20%가 경험하는 후유증이다. 시각피질인 후두엽이 손상돼 시각 정보 일부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다. 시야장애를 겪는 환자는 운전이나 독서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호소한다. 좁아진 시야 탓에 사고 위험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세계적으로 명확한 치료법이 없다.

강 교수는 지난 12일 뇌졸중 후유증으로 시야장애를 앓고 있는 김모씨(57)에게 첫 비비드브레인 처방을 했다. 환자는 12주 동안 VR 기기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시지각 학습 훈련을 하면서 손상된 시각 기능을 회복하는 치료를 받게 된다.

비비드브레인 처방 환자는 병원을 찾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시지각 학습 훈련을 할 수 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앱을 실행한 뒤 VR 화면에 시지각 과제가 나타날 때마다 조이스틱을 누르는 훈련을 반복하면 된다.

시각 자극에 대한 지각능력을 학습하면서 시야 민감도를 향상시키고 뇌 유연성과 적응력을 촉진시켜 뇌졸중 병변 주변의 잠자는 뇌를 깨우는 방식이다.

강 교수는 "기존 치료제가 없는 시야장애에 검증된 효과를 가진 첫 디지털 치료제"라며 "환자 맞춤형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화된 프로그램으로 지속적인 시지각 학습 훈련을 통해 개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