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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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성착취물’ 등 성(性)범죄를 감독하는 관리자급 경찰 4명 중 3명이 수사 비전문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도화된 기술이 접목된 신종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피해자가 제대로 된 구제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경찰서 내 여성청소년과장 259명 중 수사경과 보유자는 지난해 기준 28.1%인 73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유율은 2022년 25.9%, 2021년 26.4% 등 수치가 전반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경과란 현직 경찰 중 매년 시험을 거쳐 수사 전문가를 선발하는 인증제도를 말한다.
[단독] '성범죄 수사 책임자' 경찰 4명 중 3명 '비전문가'
여성청소년과 이외 수사 부서인 형사과와 수사과의 경우 과장의 수사경과 보유율은 99% 이상이라 대조된다. 전국 259개 경찰서 중 형사과장·수사과장 중 수사경과 미보유자는 각각 1명뿐이다. 그마저도 미보유자는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거나 수사 경력이 수십년인 수사 베테랑 경찰이다.

여성청소년과가 성범죄 수사 총괄 컨트롤 타워지만 지휘자인 과장 자리에 수사 비전문가가 맡는 이유는 예방에 업무가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부서 내 인력 중 약 70%가 학교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가해자와 피해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n번방’ 사태 때처럼 최근 조직적이고 수법이 고도화된 성범죄가 나타나면서 여성청소년과도 수사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사이버 등 다른 범죄와 성범죄가 결합하는 등 부서를 지휘할 과장이 민감한 사안을 기민하게 판단해야 할 일이 늘고 있어서다.
[단독] '성범죄 수사 책임자' 경찰 4명 중 3명 '비전문가'
경찰청도 여성청소년과의 수사 역량이 미달한 점을 알고 있다. 2020년 n번방 사태를 계기로 복잡한 성(性)사건을 수사과로 이관시키는 추세다. 문제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등 여성 피해자가 일선 경찰서에 찾아 피해를 호소할 경우다. 사건이 여성청소년과에 접수됐을 경우 수사를 모르는 과장이 이를 선별하지 못하고 결국 경찰이 피해자를 구제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서다.

실제 2022년 경기 파주경찰서에서 제2의 ‘n번방 사건’이 발생했지만, 8개월간 사건이 방치됐다. 10대 성착취물 피해자가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영상이 유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과로 사건을 이관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유동 IP 사용, 외국계 소셜 미디어 기업의 비협조 등 여러 이유로 수사가 사실상 멈췄다는 지적이다. 보통 수사 부서장은 사건이 심각할 경우 정무적 판단을 발휘해 특별하게 취급하지만, 당시 과장은 수사 경과가 없던 탓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이 심각해지면서 뒤늦게 경찰도 잘못을 인정했다.

경찰 내에선 여성청소년과 내 수사 부서를 형사과로 이관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온다. 현재의 여성청소년과 내 수사 기능은 형사과·수사과와 비교했을때 역량이 떨어진다. 또한 수사 경험과 능력이 부족한 경찰이 ‘경력 세탁’용으로 부서를 선택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형사과·수사과의 경우 저연차때부터 수사를 한 경력이 없을 경우 고참급 경찰이 뒤늦은 부서 진입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깐깐하다. 반면 여성청소년과 수사 부서의 경우 상대적으로 진입이 쉽다. 내부에선 ‘수사 물경력’ 경찰이 수월하게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렸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지난 2014년 현재의 여성청소년과 체계를 설계하는 등 해당 부서에 대한 애착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여성청소년과 내 수사 업무를 처음 도입했다. 경찰 수장이 되면서 여성청소년과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수사 인력 보강 등 개선안을 도입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김상욱 의원은 “성범죄는 피해자가 큰 심적고통을 호소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트라우마와 피해를 남기는 중대범죄”라며 “충분한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부서 필수 요소로 하는 개선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