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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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을 요리에 접목한 느낌이에요. '오겜'의 요리 예능 버전 같달까요. 요리에 관심 없는데 너무 재밌어서 한 번에 7화까지 다 봤습니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가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뜨거운 인기를 얻는 가운데, 시청자들 사이에서 "흑백요리사와 오징어게임이 닮았다"는 시청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넷플릭스 흥행작들의 성공 공식이 보인다고공감하는 상황이다.

흑백요리사·오징어게임 공통점

어쩐지 낯설지가 않더라…'흑백요리사' 대박 난 이유 있었다 [이슈+]
화면으로 봐도 압도되는 1000평 규모의 거대한 세트장과 치열한 서바이벌 형식의 게임. '오징어 게임'이 연상되는 직관적 요소다. 첫 번째 경연에서 80명의 흑수저 요리사 중 단 20명만 선정하는 등의 냉정한 평가 기준도 마찬가지다.

연출에 차이는 있지만 흑수저 요리사들은 본명 대신 별명으로 밖에 불리지 못하는 규칙도 오징어게임 참가자가 이름 대신 번호로 불렸던 점을 연상케 한다.

팀전의 경우 최현석 셰프가 우승을 위해 재료부터 선점하는 전략을 짜는 모습들에서 오징어 게임 속 생존을 위해 전략을 짰던 참가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흑수저 요리사가 이미 업계서 인정받은 백수저 요리사와 대결해 유명 스타 셰프를 탈락시키는 이야기는 전력이 열세인 편을 응원하게끔 하는 언더독 정신에도 불을 지핀다.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부분은 이뿐만 아니다. 각종 패러디 영상 등 파생 콘텐츠들도 덩달아 큰 화제를 모으고 있고, 경제적 파급 효과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김해준 유튜브 채널 캡처
/사진=김해준 유튜브 채널 캡처
예컨대 개그맨 김해준이 안성재 셰프의 심사 장면을 패러디한 영상은 26일 게재된 이후 단 4일 만에 178만회의 조회수를 넘겼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백종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흑백요리사와 관련한 촬영 뒷이야기를 전한 영상도 30일 기준 733만회의 조회수를 달성했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 이후 각종 패러디 영상이 인기를 얻고, 심지어는 구독자 수 1위 유튜버인 '미스터비스트' 채널에서 오징어 게임을 오마주한 콘텐츠를 내는 등 파생 영상이 등장했던 것과 유사한 대목이다.
최강록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의 조회 현황. /사진=캐치테이블 캡처
최강록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의 조회 현황. /사진=캐치테이블 캡처
경제적 효과 또한 심상치 않다. 방송 직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의 식당 리스트'가 돌면서 연일 식당들의 예약 마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서 등장한 '달고나'나 참가자들의 의상들도 불티나게 팔렸었다. 넷플릭스는 2021년 10월 당시 '오징어 게임'의 경제적 효과를 한화 약 1조원으로 추산했다.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적인 인기로 시즌2 제작이 확정돼 오는 12월 방영이 확정된 것처럼, 흑백요리사도 시즌2 제작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즌2에 관련해선 알려진 바 없으나 현실적으로 '흑백요리사' 시즌2가 제작된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 다음 시즌을 기약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흑백요리사' 제작사인 스튜디오 슬램이 최근 '크라임씬'의 시즌5 제작을 확정하는 등 다른 기대작들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맛' 못 보는 한계가 오히려 장점 됐다"

한편, 흑백요리사의 성공 요인과 관련,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서 인기를 끈 '오징어 게임', '피지컬100' 모두 '명확한 기준을 통한 무한 경쟁'이 내용의 주를 이루고 있다"며 "경쟁 속 크고 작은 갈등 요소들이 현대인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제적 효과 부문에서는 오징어 게임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요리는 미각의 영역으로 시청자가 맛을 볼 수 없다. 시청각으로 참가자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그동안의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라며 "제작사가 의도한 건지는 몰라도 이 지점이 참가자들의 식당 '도장 깨기'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험을 추구하는 Z세대의 소비 특성과도 맞아떨어져 요리사의 탈락 여부와 무관하게 참가자들의 식당 전부가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