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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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바닥에서 금세 60%나 올랐네요."

최근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투자자의 글이다. 중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자 관련 ETF 수익률이 치솟고 있다. 중국이 이전보다 강도 높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 현지 주요 지수가 우상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국 증시의 반등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나 중장기적으로는 정책 효과를 살피며 신중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상장 ETF 중 수익률 상위 30위를 모두 중국 관련 ETF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이들 ETF의 평균 수익률은 33.66%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상장 ETF 876개 평균 수익률(1.88%)의 17배에 달하는 성과다.

우선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 수익률이 86.31%로 가장 높았다. 이어 'TIGER 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합성)'가 73.98%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 'ACE 중국본토CSI300레버리지(합성)'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합성)' 'KOSEF 차이나A50커넥트레버리지MSCI(합성H)' 등 3~30위를 기록한 중국 ETF 수익률도 21.15%에서 45.90%로 우수한 성과를 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의 수익률은 속절없이 추락했다. 최근 한 달간 18.68% 하락한 'RISE 차이나선물인버스(H)'를 비롯해 'TIGER 차이나CSI300인버스(합성)' 'KOSEF 차이나A50커넥트인버스MSCI(합성 H)' 등이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 증시 상승에 기댄 ETF 수익률은 올 6월부터 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다 이달 들어 급격한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 최근 한 달 수익률 1~3위를 기록한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 'TIGER 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합성)'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는 지난 6월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수익률은 각각 -13.2%, -25.7%, -3.7%를 기록한 바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가 시장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관련 ETF의 수익률도 덩달아 뛰었다는 분석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24일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중국인민은행은 조만간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춰 시장에 유동성 1조위안(약 190조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지준율은 은행이 전체 예금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비율이다. 이 비율이 낮다는 것은 은행이 그만큼 돈을 빌려줄 여력이 커진다는 뜻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2주택 대출 최저 계약금 비율을 현재 25%에서 15%로 낮춘다.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부동산의 침체 속도를 늦추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상하이시도 지난 25일 소비 촉진을 목적으로 5억위안(약 947억원) 규모의 쿠폰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부양책에 힘입어 중국 증시 대표 지수인 CSI300은 지난 한 주간 15.3% 상승한 3703.68로 마감했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도 14.3% 뛴 7299.9로 마감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국기./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국기./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지지부진한 중국 증시 흐름에 골머리를 앓던 투자자들은 모처럼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개선된 투자심리가 이어지며 중국 증시의 반등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시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오는 7일까지 국경절 황금 연휴"라며 "통상 국경절 연휴 이후 본토 증시는 하락보다 상승이 더 많았는데, 2010년 이래 국경절 연휴 후 첫 거래일에 상해종합지수는 9번, 차주에는 12번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는 경기 부양책 패키지, 신규 시내 면세점 정책, 각 지역 소비 활성화 정책 등 긍정적 요소가 더 많기 때문에 국경절 연휴 후 증시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가 반등 모멘텀(상승 동력)은 이달에도 유효해 보인다"며 "단기적으로는 수급과 투자심리가 지배하고, 펀더멘털(기초체력) 확인 과정은 중기적으로 진행될 것 "이라고 봤다. 이어 "정책 효과와 대외 변수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4분기 장기 약세장 탈피 기대와 신규 자금 유입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질적인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준의 부양책이 아닐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광래 삼성선물 수석연구원은 "이번 정책들이 경기 둔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세를 잡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며 "전반적인 경기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대규모 부양책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과도한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